일곱 번째 이야기: 쉰여섯에 16학번의 대학생이 되었다.
시(詩)와의 첫 만남
누구에게 득(得)도 실(失)도 없는 쓸데없는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미워했다. 그러나 요약해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대수롭지 않게 한 내 말은 엄마의 거짓말과 영락없이 닮았다. 난 이렇게 엄마를 닮고 싶지도, 이런 식으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웠어도 아는 만큼은 '문화콘텐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을 전공했는지 묻는 이조차 없어 대답할 기회도 없다.
제목: 과제
시를 써야 해
시를 써야 해
시를 써야 해...
꿈에서 조차 낙지처럼 달라붙는 시(詩)
차라리 힘 한번 끙하고 줘버리는
묵은 변비가 낫다
제목: 운명
앞을 보지 못하는 남자가
굵은 핏줄 불거진 깡마른 손으로
산통을 허공에 흔들었었다
사그락 사그락
망설이며 집어 든 한 개의 산가지
나 이렇듯 흔들리는 건
그때 뽑지 못한 산가지 하나
아직 산통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까닭일까
산통 점치는 눈먼 남자는
또 다른 망설임 앞에서, 오늘도
산통을 허공에 흔들고 있겠지
사그락 사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