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학생 3명이 2학년에, 우리 반 유일한 여학생이 있어서 이미 작년부터 수학여행 같이 가는 거로 학년부에 이야기해둔 상태였어요.
수학여행 8 학급 220여 명, 담임 8명, 비담임 안전요원 연수 교사 3명, 특수 1명, 관리자인 교감선생님까지 13명의 규모가 제법 큰 편이에요.
[수학여행 전 지원 협의사항]
2-1반 남학생은 일반학급 소속의 배치변경 학생이라, 담임께 또래 무리를 구성해 달라고 했어요. 학생 본인이 특수반 친구들 및 저랑 동선 맞춰 이동하는 걸 원치 않았어요. (함묵증으로 폰 전화통화가 안 되는 아이라 수시로 연락이 가능한 친구만 같이 다니면 상관없을 것 같았거든요.)
2-6반 남학생은 통합반 담임이 50대 초반의 경력 많으신 분이라 차량 및 숙소는 통합반에서 하기로 했어요.
2-7반 여학생은 통합반 담임이 20대 후반의 아가씨 선생님이라 차량은 제가 함께 탑승했고, 숙소는 통합반에서 조금 참한 아이들로 배정받도록 했어요.
6반, 7반의 두학생 지원을 주역할로 수학여행을 함께 가기로 했지만.. 차량 배정부터 협의가 필요하긴 했어요. 어느 반의 차량을 탈 것인가??
학년부에서 원활한 이동을 위해 2-1반 차량을 탑승해서 1,6,7반 세 학생을 모두 데리고 다니는 거로 생각하시던데.. 이 부분은 자칫 일반 교과 교사들은 잘 모를 수 있으니 마음 상하지 말고, 잘 협의하시면 될 것 같아요.
1반 학생은 특수교사 지원을 원치 않고, 담임이 챙긴다.
6반이든 7반이든 학생을 본인 학급에서 빼서 다른 학급으로 데리고 다니게 되는 게 아이의 자리를 뺏는 것 같아서.. 아니다. 다른 차량을 타더라도 충분히 나는 지원이 가능하다. 공연보기나 숙소배정은 학생들과 하는 게 맞다. 스스로 옷 갈아입고, 씻는 거 가능한데 굳이 씻겨주고 먹여주러 지원 가는 게 아니란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다른 반의 남녀학생을 같은 차량으로 몰아서 같이 앉히는 게 더 이상한(?) 모양새일 것 같았어요. 학교에서 일반 학생들한테 사귄다느니 오히려 놀림을 받거든요. 학부모님들도 사춘기 아이들 조심시키길 원하셨고요. 6반 남학생이 비만에 다리 근육이 이완된 아이라, 여학생과 몸이 밀착되기도 해서.. 굳이 같은 차량 탈 이유는 없지 싶었어요.
차량, 숙소 배정이 협의된 이후엔
여행 전에 아이들과 여행 일정에 대한 수업도 한 차시 했어요.
가정통신문을 바탕으로 날짜별로 모이는 시각, 장소, 도착 시간 등 3일 치를 쭉 정리해서 주의점, 준비물을 이야기 나눴어요. 여행 가기 전에 씻는 연습 확인했고, 용돈 등은 적절히 관리하는 방법도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수학여행 안 가는 1, 3학년은 통합을 전일제로 하기에 미리미리 학급 담임과 학생, 학부모님께 안내해 주세요.
수학여행 준비 마지막은 학부모님께 약 복용이나 주의사항 한번 더 확인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본격적인 수학여행 당일!
어머나! 여학생이 폰을 안 가져왔네요..ㅡㅡ;;;
제가 안 왔으면 어쩔 뻔.. 단체연락톡이 안되니, 학급 안내나 학부모님이 더 걱정하시니 선생님 잘 따라다니기로 공지하고, 가정에도 안내했어요. (아이도 잘 챙기려고 핑크색 가방에 넣어두고.. 그 가방을 안 가져왔어요. 그 덕에 버스에서 내내 창밖만 보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팁 1)여행 가서 잃어버릴 수 있으니 오히려 크로스백이나 폰 같은 작은 물건이 더 관리대상인 것 같아요.(용돈도 미리 5만 원으로 정해주었어요.)
팁 2)휴게소에선 긴 시간이라 마렵지 않다는 학생 말에도 같이 화장실 다녀오세요~ 아이들이 감각이 무디거나 예민하거나 할 수 있어요. (음료수는 못 사 먹게 하긴 했어요. 단음료는 아무래도 원 샷 하기도 해서 정차시간에 쫓긴다는 핑계로 구입을 못하게 연기를 조금 했어요.)
첫째 날, 서울 경향아트힐 페인터즈 공연을 봤어요.
공연 전 반별로 줄 서기 도중에도 6반 남학생은 아주 큰소리로 선생님~~ 부르면서 손을 흔듭니다..ㅋㅋ
살짝이 다가가서 "○○아, 우리 밖에 나와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자. 아무도 손을 흔들면서 인사하지 않지?? 주변에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자. 보이나요?"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해도 괜찮아.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못 본 거라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는 큰 소리로 인사하지 않아도 된단다."
현장학습이나 학교가 아닌 곳에서 연습시키는 행동들이 더 실질적인 지식이 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는 공간이라 학생들에게 허용적인 부분이 많지만, 사회라는 공간은 더 장애학생이나 특수학생들에게 따가운 시선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보니.. 자주 이야기 해주니 조심하기도 했고, 3일 동안 더 자연스러워진 부분도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