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움직이자

행동하는 힘

by 박정미


운동을 마친 후 바로 집으로 오지 않았다. 빵가게에 들렀다. 샐러드를 사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대신 샌드위치들이 눈에 띄었다. 작은 샌드위치 옆에 기다란 샌드위치가 보였다. 아보카도 샌드위치라고 적혀있고 일반 샌드위치보다 가격이 두 배였다. 망설이다가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결제를 하면서 매대에 놓이 쿠키들에도 눈이 갔다. 다양한 쿠키 가운데 검은색 뭐 뭐라고 적힌 쿠키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려놓았다. ‘한 개만 하자.’ 속으로 마음을 잡았다. 결제하고 샌드위치를 들고나왔다. 세워두었던던 차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 잠시 시동을 껏을 뿐인데도 금세 차 공기는 데워져 있었다.


몇 미터 못가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앞에 선 차가 직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정차하며 샌드위치에 손이 갔다.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포장을 뜯고 3등분 된 기다란 샌드위치의 한 쪽을 집어 들었다. 조심스럽게 랩을 벗기고 빵을 우물우물 씹어 먹기 시작했다. 맛이 기가 막혔다.




반 정도 먹었을 때 앞 차가 출발했다. 한 손으로 빵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들을 틀어 고개를 삐죽이 빼서 좌우를 살피며 우회전을 했다. 큰 도로를 주행하며 계속해서 빵을 먹었다. 양상추를 비롯해 햄, 계란 등이 빠져나오지 않게 조심조심 먹었다.


한 조각을 금세 먹어 치웠다. 또다시 신호 대기 앞에서 중간 빵을 집어먹으려다가 말았다. 너무 컸다. 그리고 집이 얼마 남지 않아서 집까지 갈 때까지 참기로 했다. 아파트에 주차할 곳이 없을 것을 예감했다. 정문을 지나쳐서 교회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길가에 주차하려고 했으나 이미 길가도 차가 가득했다.


어쩔 수 없이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내일이 토요일이라 그곳에 주차를 해도 괜찮다. 내일이 일요일이라면 곤란했겠지만. 다행히 교회 주차장은 몇 군데가 비어 있었다. 한 곳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고 남은 샌드위치를 운동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다. 집으로 가는 길 다리가 가벼웠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계획은 남편과 함께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남편이 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다. 대낮부터 무슨 술이냐고 했다. 친구가 멀리서 와서 같이 한잔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 시끌시끌하는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려왓다.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혼자서 아침에 먹던 호박볶음과 양파지를 꺼내고 김치 꽁지 조림을 데워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밥을 먹은 뒤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침대에 가서 누웠다. 오전부터 수업을 하느라 힘을 빼며 말을 많이 했더니 힘이 없었다.


잠시 누웠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니 30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당연히 오전에 쓰지 못한 글을 써야 했다. 노트북 앞으로 갔다. 블로그 글을 하나 읽었다. 무엇을 쓸까 하고 연습장을 펼쳤다. 오전 수업, 글쓰기, 아이들... 단어들을 적어 나갔다. 뭔가 이거 다 하고 떠오르는 한 줄 문장이 없었다. 노트를 덮었다.



거실 바닥에 누웠다. 에어컨을 틀려고 하다가 말았다. 오늘은 그냥 참아보기로 했다. 앞 베란다와 뒷베란다로 뜨거운 열기가 점점 느껴졌다. 맨바닥에 누워 뒹굴뒹굴했다. 폰을 잡고 블로그 글을 또 한편 읽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오늘까지니까 꼭 가서 등록하세요.” 문득 헬스장 코치의 말이 떠올랐다.


다니던 헬스장이 3개월 동안 내부 수리 공사로 문을 닫는다. 벌써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 문을 닫는 3개월 동안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제 볼일이 있어 코치에게 전화했다가 신발을 찾아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신발을 찾으러 가서 문을 닫는 3개월 동안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치는 디짐에 가서 등록을 하라고 했다. 시 헬스장에서 왔다고 하면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7월 31일. 어제를 놓쳤다. 오늘 가도 할인을 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여섯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일단 전화라도 해보자 싶어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다. 할인이 어제까지 인지 알았지만 사정상상 못 갔다. 오늘 가도 할인을 해주냐고 물었다.


해줄 테니 오라고 했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은 새달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마냥 늘어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빠르게 가방을 챙겼다. 운동복을 넣고 혹시나 싶어 수건을 넣었다. 신발은 차에 실려져 있었다. 가방을 들고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갔다.




차를 열려고 하니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올라와 열쇠를 가지고 내려갔다. 시간이 6시 15분이었다. 한창 퇴근하는 차들이 아파트로 들어올 시간이었다. 마음이 급했다. 차에 타자마자 내비가 애 선을 켰다.예상대로 아파트로 들어오는 차가 두 대나 있어 길을 비켜주어야 했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었다. 예전에 다니던 시민운동장 헬스장을 지나 한참을 더 가야 나왔다. 예전 코치를 따라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그때 기억을 되살리며 주차를 하고 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입구에서부터 뭔가 도시적인 느낌이 났다. 신도시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는 헬스장이다. 건물에 들어서자 복도에 라카가 빼곡했다. 사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쿵쾅거리는 음악소리부터 들렸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간단한 입회 신청서를 쓰고 결제를 하고 몇 가지 안내 사항을 들었다.




드디어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할 준비를 하고 나왔다. 여전히 쿵쾅거리는 음악소리,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기구들, 시커먼 옷을 입은 회원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몇 가지 기구 운동을 하고 그다음 러닝머신에 올라섰다. 기계도 낯설었다.


대충 파악하고 기계를 작동 시켰다. 스마트 워치를 트레드밀에 맞추고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큰 음악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3킬로미터를 달린 후 멈추고 기계에서 내려왔다.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다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곧장 집으로 오지 않고 빵가게로 향했다.




무슨 일이든 마음가짐에 달렸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 얼마 전 가기 싫은 병원에 갈 때도 그랬다. 가기 싫은 마음이 목까지 차올랐다. 그때 생각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 진짜로 그랬다.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싫은 마음이 많이 들 때가 있다. 그때는 생각을 바꾸어 본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라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쉽다고 생각하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가기 싫은 헬스장에 등록을 했으니 이제 매일 가는 일만이 남았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하는 게 중요하다. 거의 두 페이지가량 글을 썼다. 무슨 일이든 먼저 행동하는 것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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