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울지 않고 착한 일을 했다면, 산타 할아버지는 꼭 오실 거야!
"아빠! 산타클로스는 이 세상에 없지?"
이 질문을 받아보신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이 다 그러시겠지만, 나 역시도 참으로 곤란하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 종종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가 많지만 요즘처럼 12월이 되면 연말까지 늘 가슴을 졸이며 대답을 준비해야 하는 질문이 바로 이 질문이다.
나 역시도 부모님께서 애써 동심을 지켜주시고자 노력하셨고, 긴가민가 하면서 늘 어딘가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떡 하니 나타나 내가 일 년 동안 착하게 굴었던 일을 용하게 찾아내어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것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재미이자 의미로 알고 자랐다.
그래서 지금도 캐럴송을 한번 정도는 들어서 뭔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어야 하고, 크리스마스에 걸맞은 만찬을 준비해서 근사한 저녁을 즐기고, 사랑하는 아내가 내심 바라는 선물이 무엇인지 눈치껏 알아내어 그 선물을 미리 사두어야 하는 일과 아이들의 취향에 맞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매해두고, 잘 숨겨두었다가 크리스마스 날에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신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신에게 산타클로스가 찾아온다면, 어떤 선물을 받고 싶나요?"
일단 내 머릿속에 든 첫 번째 선물은 역시나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그것은 바로 아이패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글을 쓰고 기록하고 싶었기에 어쩌면 해가 바뀌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에 대한 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태블릿 PC인 아이패드를 사는 일이었을 테니 누군가 나에게 공짜로 아이패드를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다.
난 그 질문을 받고 나서 내내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벌어지지도 않을 이 상상 속의 상황을 만족해하며 너무나도 그 순간을 상상하며 행복해했다.
진정 내가 원했던 크리스마스의 행복은 그저 이런 행복이었다.
물질적인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나의 바람은 그리 과하지 않은 것이며, 내일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이었다.
"아빠! 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거 사주면 안 돼요?"
"산타할아버지한테 편지를 한 번 써봐! 혹시 알아? 네가 울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했으면 선물로 주실지?"
아이도 어쩌면 자신의 산타가 나라는 아빠인 걸 알면서도 아빠를 대신해 선물을 가져다주실 산타할아버지를 애타게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같으면 아빠가 절대 사주지 않았을 장난감과 갖고 싶어 하는 휴대폰 같은 것들을 산타할아버지라는 전지전능한 분이 주시는 선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반신반의하며 편지를 써 내려갈 것이다.
어릴 적 그렇게 애타게 편지를 썼던 내 모습처럼... 말이다.
현실 속에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계신지는 모르겠다.
핀란드는 산타마을도 만들고 산타도 선발한다고 하지만, 진짜 사람이 아닐 것 같은 산타클로스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내게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는 언제나 부모님이셨기에 어쩌면 산타할아버지도 부모님이 계신 나에게 까지 오실리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니 이제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의심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나는 문득 올해 우리 아이들에게 나 스스로가 어떤 산타클로스가 될 것인지 궁금해졌다.
"산타는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하며, 지극히 현실 세상에 사는 아빠가 산타클로스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그동안 산타클로스 연기를 한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비록 부담은 되지만 아이들에게 동심 파괴를 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으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은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산타클로스가 될 것인가?"로 말이다.
"얘들아! 산타클로스는 진짜 있단다. 착한 일을 많이 하거라! 그리고 울지 말거라!"
"산타클로스는 네가 한 일을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산타클로스라는 신화적인 사람은 현실에서 볼 일은 없겠지만, 어른이 된 나 역시도 산타의 선물을 기대했듯이 때론 누군가의 산타로 살 수 있는 기회와 영광을 누릴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누군가의 산타클로스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세상의 이치는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그 행복은 결국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이 손해를 볼 것 같지만 결국 나눔을 받은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한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산타클로스가 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타의 선물은 결국 산타를 믿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의 산타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산타를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산타가 있다고 믿고
누군가의 산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록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나는 그 선물 돈으로 좀 주라."라고 하겠지만,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예수님이 태어난 것을 기뻐하는 날이니 착하고 넓은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조금은 이르지만, 모두에게~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