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다니며, 멀쩡하게 화장을 하고 다니니 사람들은 괜찮은 줄 압니다
놀랍게도
국내 최고의 의료진도
멀쩡하게 화장하고 멀쩡한 기능을 하는 사람처럼 대화를 하면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경험이 있어서 더 놀랍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는 다양한 그들이 표현한 '역동' 이라는
정신과적 용어 아래 환자인 저, 치료자인 교수님 역시 여러 다이내믹 속에,
환자인 제가 의료진을 이해한 부분도 큰 부분이었고,
의료진 또한 이제서야 저를 이해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피해자인 저는 사실은 ‘너무나도 애쓰고’ 있었습니다.
거센 파도에 대항해
배에 고여지는 물을
끊임없이 퍼내는 것 같은 느낌을 매일 느꼈습니다.
수면 위로 겨우 다 올라왔다고 생각하면,
누군가가 퍼붓는 또 다른 물이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퍼붓는 물에
다시 물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다시 저는 있는 힘껏 발차기를 해서 올라오고자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수면에 가까이 오게 되면,
그 물은 또 다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퍼부어졌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차오릅니다.
'생존수영' 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회의감을 느낄 정도로 말이죠.
퍼붓는 물을 계속 삼키고 삼키고
다 내쉬어지지 못하는 숨을 들이켰다 내쉬며
안간힘으로 버텨보기도 했었습니다.
회사인 조직의 말과 처리만 기다리며
그래도 조직을 믿어보며,
수 개월이 넘는 그 기간을 버티고,
애쓰고, 태연한 척 미련하게 회사를 다녔습니다.
지금의 이 시점에야 하는 이야기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본인들 멋대로 착각하고
상상하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세상인 줄 알았다면
그냥
‘그래요 여러분들이 가십으로 이야기하는
사실과 다른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저입니다.
맘대로 상상해서 계속 이야기 하세요’
라고 모든 것을 다 얘기해버리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당돌하고 당찬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_
마치 이 모든 것이 내 잘못 같기만 하여서,
그냥 그렇게 뜨겁게 올라오는 눈물을
울컥하는 슬픔을
숨 쉴 수 없는 답답함과 먹먹함, 억울함을
삼키고 삼키고 삼켰습니다.
멀쩡한 사람처럼 보여야만 했었습니다.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이 사회와 조직이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깊게 패인 구덩이 위에 얇은 천을 한 장 덮고,
중심을 잡아보겠다고.
길고 얇은 날카로운 힐 하나로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던 피해자였습니다.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유사한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절대 못 참겠는데
‘자꾸만 잊으라. 참으라. 지난 일이라’ 라며
용서를 강요하는 그 사람들의 그 말을 가장 견딜 수 없었습니다.
본인들이 겪지 않았으니
그런 책 같은 얘기로, 그런 책 같은 위로들로,
상투적으로 피상적으로 해주는
그 말들이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듣기 싫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