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 다음을 위해 하는 것

그땐 몰랐던 것들

by Carry

며칠 뒤, 나는 이 집을 떠나야 한다.


중학생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거의 몇 십년을 살아온 공간이다.


어린이날,
퇴계로에서 속아서 샀던 아픈 강아지를

며칠 기르고 나서 동물병원에 보냈어야 했다.

당시의 일기를 발견했다.

며칠 우리집에 머물렀던 작은 강아지의 안부를 너무나 걱정했던

중학생 나의 글이 간절했었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들이 상처받을 까봐,

그 강아지가 차마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인근의 동물 병원에서
그마나 유사하게 생긴 비슷한 건강한 강아지로 바꿔서

우리 가족으로 들여왔다는 사실도 한 참 후에야 알았다.


그렇게 함께였던 그 강아지는 17년을 함께 살았고,

그 헤어짐이 너무나 큰 슬픔이었고, 큰 아픔이었다.


그 후에
우연한 기회로 다시는 강아지를 기르지 않겠다고 했던 우리 가족은

멀리 미국에서 왔던 활발하고 귀엽고 잘생겼던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고

16년을 함께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2025년 1월
16년 삶을 끝으로 하늘나라에 가버렸다.


나의 우울증으로

한 동안의 몇 년을 함께 해주지 못한 그 시간들이

사무치게 마음이 저리게 아프고 아프다.


이 모든 시간을 정리하며

나 조차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시간과 기억도 있었고,

먼지 속에 잊혀진 기억과 기록들을 발견했다.


모든 것을 싹 버리고 갈 수 없는 기록들이 있었다.

냉정하게 '헛 웃음' 으로

어린 날의 치기로 버리고만 갈 수 없는 아련한 기록들이 _


힘든 그 시절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냈어야 했던

내가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남긴 흔적들.


내가 갑자기 어느 날 떠나버리면

이 자료들을 누가 대신 이걸 정리해야 한다면,

과연 지금의 나 처럼...

이 자료들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싶다.


정리는
끝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스스로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이건 버림이 아니라, 증언이다.

내 삶은 처절했고, 동시에 성실했고,
타인이 봐도 “이렇게까지 살아낸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어떤 순간도 대충 넘긴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내가 사라지고 나서의 이 '마지막 나의 흔적과 기록들' 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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