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야(極夜) (Polar Night)

時節因緣_아플떈 아프다고 말하고, 지칠 때는 그대로 주저 앉아도 괜찮아요

by Carry

그래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면 안되었고,

지칠때도 다시 일어나서 아무일 없듯 달려야 했고,

나 자신에게 매몰차야 했고,

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나 자신에게는 No 를 하고 타인에게는 Yes 를 해야했던 시절이


그 시절 끝에 내가 한참 후에 얻은 것은 "우울증" 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쓰라리게 깨달았다. 그제서야 이해했다.


왜 그때는 그 모든 것들이 그렇게 어려웠는지를_


시절인연(時節因緣) 이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특정한 시기(時節)와 조건(因緣)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의미처럼


우울증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어느 날

우울증 진단 이후,

'인생실전'의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우연한 시간에, 우연한 기회로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모브닝이라는 가수의 '극야(極夜)' 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가사를 듣고 많이 울었다.


어떤 일을 겪어도 쉽게 내 마음을 말하지 못해서

늘 밝아야했어서 ,

늘 그냥 웃고 있어야해서

'백야(白夜)'라는 별명을 가진 나에게


이 음악을 듣고 펑펑 울던 나에게

이 음악의 가사는 위로였을까,

아니면

여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참아온 나의 마음을 대신해서 써내려간 가사와 같아서

흘렸던 눈물이었을까?


오늘도 다시 한번 이 음악을 들으며 생각해본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하는 게. 지칠 때는 그대로 주저앉는 게. 매몰차게 누군가를 거절하는 게. 누구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게. 그때는 뭐가 그리도 어려웠을까. 사람이 뭐길래 사랑이 뭐길래. 굳은살이 박혀버린 나의 여린 가슴은 표정이 없더라


맞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하면 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되고,

지칠때는 잠시 주저 앉아 쉬었다 다시 출발하면 된다.


그렇게

누구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면 되는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도 그리도 어려웠을까.


지금이라도 이렇게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우울증이 나에게 준 것은

결코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살아있는 나에게 감사하다.


極夜極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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