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 사주, 그리고 밤새 설사
이름은 혁!
병원 기준으로는 “노산”이라는 나이에
귀하게 태어난, 저희 집 막내입니다.
이 아이요.
정말 제 인생에서… 단연코 예상 못 했던 셋째예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셋 중 유일하게 계획해서 낳은 아이라는 거!
하늘에서 단번에 만들어 보내준 복덩이였죠.
사실, 남편이 정말 진심을 다해 설득한 끝에
제가 “그래” 하고 마음을 열었던 아이라
지금도 셋 중에 넘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막내 얘기를 쓰면 팔불출이 튀어나올까 봐
계속 미뤘는데…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
혁이를 낳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 세상에 나랑 이 아이만 남은 것 같은 느낌…”
남편과 살기 시작하고 (재혼가정)
일이 잘 안 풀리던 시기였고,
임신 중에도 “괜찮겠지~” 하며 긍정적으로 넘겼는데
출산하고 나니까 정점을 딱 찍는 거예요.
그때 딱 깨달았죠!!!
“내가 이 아이를 지켜야겠구나.”
이 아이는 나 말고는 기댈 곳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말 그대로 독. 박. 육. 아.
남편이 도와준 시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그 정도는 “도움받았다고 해줄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해요.
주말에 큰애들이 와서 봐주는 거 빼면,
진짜 평일엔 저 혼자였어요.
임신우울증?
‘나 혼자다’ 생각하고 지켜내야 할 게 있다 보니
호르몬을 이겨내 버리더라고요.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그걸 느낄 시간조차 없었어요.
그러다 결국 몸이 무너졌고,
병을 찾기까지 3개월,
시술까지 포함하면 거의 4~5개월.
응급실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 시절이 정말 정말 힘들어서 산후우울증이
이때 오기 시작했고,
건강이라면 그래도 자신 있었는데
이병 때문에
몸이 약해지는 제 모습이 화가 나고
어디 가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 떨어지는
제 모습이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이렇게 된 결과에 화가 나네요.
물론 , 앞으로 운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길 듣고 조금씩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며 달련하고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된이후,
아이에게 엄청난 모성애가 싹튼 계기이기도 했어요.
더 이상은 가질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후라 그런지
혁이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더 절절히 느껴지더라고요.
그땐 미처 몰랐던 ‘소중함’이
제 안에 확 들어온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말이죠…
저희 남편과 혁이는 사주가 같습니다.
그냥 비슷한 게 아니라
식성, 손, 발, 생김새, 성격까지
“복붙” 수준이에요. 무서울 정도로요.
혁이가 뭘 좋아할지 모르겠다 싶으면
남편한테 먼저 먹여보면 됩니다.
답이 나와요. 정말 신통방통해요.
같이 먹고, 같이 탈 나고,
같이 설사하고, 같이 다시 먹고…
이게 진짜 둘만의 패턴입니다.
(전 왜 이 고리를 못 끊는 걸까요.)
막내는 아직 2살인데,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주기가 있어요:
2주 동안 폭식 2주 동안 사람처럼 먹기
문제는 그걸 남편이 함께 한다는 거예요.
진짜… 저만 죽겠어요.
참고로 남편은 저를 만나고
20kg이 늘었습니다. (진짜예요.)
요즘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서
약도 먹고 살도 조금 뺐지만…
한 10kg은 더 빼야 제 눈에 ‘전 남자 친구’ 같을 것 같아요.
(보고 있나 남편?
어깨 펴고 살자고~그래도 많이 사랑해)
혁이가 저희 집에 온 뒤
아이들과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어요.
첫째는 처음엔 너무 잘 도와줬어요.
손목 안 좋은 엄마 대신 안아주고,
사람 많은 곳에선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하고…
그랬던 애가 지금은?
“엄마, 다음엔 혁이 데리고 나오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에 있는지 연락해서 물어봐야 합니다.
동생 피하기 대작전 발동 중이에요.
그에 반해, 둘째는
혁이가 뭘 하든 옆에 있어줍니다.
남들이 보기 민망한 짓을 해도,
다른 애가 혁이 때려도, 넘어져도
그냥 옆에 서 있어요. 얕은 미소와 함께요.
다른 큰아이들에게 밀려도 도와주는 건 없어요.
정말 옆에만 있어줘요. 말은 정말 제일 잘 들어요.
그 옆에서
“누나가 먼저 해도 돼?” 혹은 “먹어도 돼?”
하며 장난감, 간식 다 먼저 먹어봐요.
자기 껐도 있어요 손에.
지능적 괴롭힘 스킬도 발휘 중이지요.
(이전 편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둘째 딸은 지능이 높아요)
눈빛에서 레이저 쏘고 있죠.
혁이가 우리 곁에 와준 뒤,
제 삶엔 조금씩 ‘숨’이 돌기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웃으며 나누는 대화,
쌓여가는 소중한 추억,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 한구석에서
살금살금 올라오는 ‘행복’이라는 감정.
그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일상이 이렇게 고요하게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요.
아이들도 조금씩 밝아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인들이 종종 말해요.
“요즘 네가 제일 좋아 보여.”
그럴 때마다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응, 나… 지금이 제일 행복해.”
그리고 이 모든 변화엔
남편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이 있었다는 걸
꼭 적고 싶어요. (또 자랑이냐고요? 오, 정확해.)
재혼가정, 쉽지 않아요.
예고 없이 부딪히는 감정들,
생각보다 더 많은 오해와 노력들.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배우고,
조금씩 닦여갔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겠다는 마음.
그게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었어요.
사람은
결국 사람을 통해 배워가는 존재인 것 같아요.
서툰 말들 속에서도 진심을 찾고,
다른 삶과 온기를 나누며
조금씩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 자신을 믿으려 합니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어제보다 더 따뜻하게 바라보려 해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삶 앞에서 조금 지쳐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충분히, 아주 잘.”
그리고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 한마디를 건네보세요.
“고마워. 오늘도 함께 있어줘서.”
앞으로 저희 가족의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유쾌한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보려 합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에도 작은 위로가 스며들기를.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평안도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