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 vs 40대 아빠, 먹방 대결 중입니다

식성, 사주, 그리고 밤새 설사

by ClaireH


이름은 혁!

병원 기준으로는 “노산”이라는 나이에

귀하게 태어난, 저희 집 막내입니다.


이 아이요.

정말 제 인생에서… 단연코 예상 못 했던 셋째예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셋 중 유일하게 계획해서 낳은 아이라는 거!

하늘에서 단번에 만들어 보내준 복덩이였죠.


사실, 남편이 정말 진심을 다해 설득한 끝에

제가 “그래” 하고 마음을 열었던 아이라

지금도 셋 중에 넘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막내 얘기를 쓰면 팔불출이 튀어나올까 봐
계속 미뤘는데…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




혁이를 낳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 세상에 나랑 이 아이만 남은 것 같은 느낌…”


남편과 살기 시작하고 (재혼가정)

일이 잘 안 풀리던 시기였고,

임신 중에도 “괜찮겠지~” 하며 긍정적으로 넘겼는데

출산하고 나니까 정점을 딱 찍는 거예요.

그때 딱 깨달았죠!!!


“내가 이 아이를 지켜야겠구나.”

이 아이는 나 말고는 기댈 곳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말 그대로 독. . . .

남편이 도와준 시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그 정도는 “도움받았다고 해줄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해요.

주말에 큰애들이 와서 봐주는 거 빼면,

진짜 평일엔 저 혼자였어요.


임신우울증?

‘나 혼자다’ 생각하고 지켜내야 할 게 있다 보니

호르몬을 이겨내 버리더라고요.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그걸 느낄 시간조차 없었어요.


그러다 결국 몸이 무너졌고,

병을 찾기까지 3개월,

시술까지 포함하면 거의 4~5개월.

응급실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 시절이 정말 정말 힘들어서 산후우울증이

이때 오기 시작했고,

건강이라면 그래도 자신 있었는데

이병 때문에

몸이 약해지는 제 모습이 화가 나고

어디 가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 떨어지는

제 모습이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이렇게 된 결과에 화가 나네요.


물론 , 앞으로 운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길 듣고 조금씩 무리하지 않고

운동하며 달련하고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된이후,

아이에게 엄청난 모성애가 싹튼 계기이기도 했어요.

더 이상은 가질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후라 그런지

혁이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더 절절히 느껴지더라고요.


그땐 미처 몰랐던 ‘소중함’

제 안에 확 들어온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말이죠…

저희 남편과 혁이는 사주가 같습니다.

그냥 비슷한 게 아니라

식성, 손, 발, 생김새, 성격까지

복붙” 수준이에요. 무서울 정도로요.


혁이가 뭘 좋아할지 모르겠다 싶으면

남편한테 먼저 먹여보면 됩니다.

답이 나와요. 정말 신통방통해요.


같이 먹고, 같이 탈 나고,

같이 설사하고, 같이 다시 먹고…

이게 진짜 둘만의 패턴입니다.

(전 왜 이 고리를 못 끊는 걸까요.)


막내는 아직 2살인데,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주기가 있어요:

2주 동안 폭식 2주 동안 사람처럼 먹기

문제는 그걸 남편이 함께 한다는 거예요.

진짜… 저만 죽겠어요.


참고로 남편은 저를 만나고

20kg이 늘었습니다. (진짜예요.)


요즘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서

약도 먹고 살도 조금 뺐지만…

한 10kg은 더 빼야 제 눈에 ‘전 남자 친구’ 같을 것 같아요.

(보고 있나 남편?

어깨 펴고 살자고~그래도 많이 사랑해)




혁이가 저희 집에 온 뒤

아이들과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어요.

첫째는 처음엔 너무 잘 도와줬어요.

손목 안 좋은 엄마 대신 안아주고,

사람 많은 곳에선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하고…

그랬던 애가 지금은?


“엄마, 다음엔 혁이 데리고 나오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에 있는지 연락해서 물어봐야 합니다.

동생 피하기 대작전 발동 중이에요.




그에 반해, 둘째는

혁이가 뭘 하든 옆에 있어줍니다.

남들이 보기 민망한 짓을 해도,

다른 애가 혁이 때려도, 넘어져도

그냥 옆에 서 있어요. 얕은 미소와 함께요.

다른 큰아이들에게 밀려도 도와주는 건 없어요.

정말 옆에만 있어줘요. 말은 정말 제일 잘 들어요.


그 옆에서

“누나가 먼저 해도 돼?” 혹은 “먹어도 돼?”

하며 장난감, 간식 다 먼저 먹어봐요.

자기 껐도 있어요 손에.

지능적 괴롭힘 스킬도 발휘 중이지요.

(이전 편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둘째 딸은 지능이 높아요)

눈빛에서 레이저 쏘고 있죠.





혁이가 우리 곁에 와준 뒤,

제 삶엔 조금씩 ‘숨’이 돌기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웃으며 나누는 대화,

쌓여가는 소중한 추억,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 한구석에서

살금살금 올라오는 ‘행복’이라는 감정.


그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일상이 이렇게 고요하게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요.


아이들도 조금씩 밝아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인들이 종종 말해요.

“요즘 네가 제일 좋아 보여.”


그럴 때마다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응, 나… 지금이 제일 행복해.”


그리고 이 모든 변화엔

남편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이 있었다는 걸

꼭 적고 싶어요. (또 자랑이냐고요? 오, 정확해.)


재혼가정, 쉽지 않아요.

예고 없이 부딪히는 감정들,

생각보다 더 많은 오해와 노력들.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배우고,

조금씩 닦여갔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겠다는 마음.

그게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었어요.


사람은

결국 사람을 통해 배워가는 존재인 것 같아요.

서툰 말들 속에서도 진심을 찾고,

다른 삶과 온기를 나누며

조금씩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 자신을 믿으려 합니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어제보다 더 따뜻하게 바라보려 해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삶 앞에서 조금 지쳐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충분히, 아주 잘.”


그리고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 한마디를 건네보세요.


“고마워. 오늘도 함께 있어줘서.”


앞으로 저희 가족의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유쾌한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보려 합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에도 작은 위로가 스며들기를.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평안도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