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이 된 계좌, 무너진 신뢰의 시작
2025년 3월.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새벽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내 손에 쥐어진 그 작은 화면엔 단 한 줄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 [Bybit] 포지션이 청산되었습니다. 잔고: 0.00 USDT '
그 순간, 심장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몇 초간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끝이 서서히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내 계좌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쏟아부은 돈, 시간, 희망… 전부 사라졌다.
침대에서 일어날 힘도 없었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겨우 거실로 나왔다.
식탁에 앉아 있는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왜 그래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눈물. 흘러내리는 눈물 방울이 테이블에 닿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었다.
가족의 신뢰와 삶의 기반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청산이라는 건 단지 숫자가 0이 되는 게 아니었다.
자존심, 자부심,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제 다시 시작할 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그날 이후로 수많은 후회를 반복했고,
한참을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완전히 바닥인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올라가는 일만 남은 건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나를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매일 하루 1시간,
GPT를 공부하고 자동화를 배우며
다시 ‘살아있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고 느렸지만,
정직한 루틴이 조금씩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 글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한 55세의 생존기이며,
한 사람의 실패와 회복 과정을 기록하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첫 장면은,
무너진 가장의 옆에서 '조용히 울던 아내의 뒷모습'이었다.
■ 이 장의 한 줄 요약
"바닥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더는 잃을 것이 없기에 진짜 강해진다."
▶ 다음 이야기
청산 문자 이후,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아내의 눈물이었다.
‘아내가 조용히 울던 아침’
그날의 침묵과 눈물이 내게 어떤 전환점을 만들었는지, 다음 장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