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아내가 조용히 울던 아침
믿음을 잃는다는 것,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너짐
조용히 눈물 흘리던 아내의 모습. 말없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무엇을 잃었는가.새벽의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거실 불도 켜지 않은 채, 나는 빈 눈으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
무거운 공기, 얼어붙은 공백.
그 순간, 아내가 다가왔다.
“왜 그래요?”
잠에서 막 깬 얼굴, 걱정이 묻어난 작은 목소리.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입을 열 수 없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어떤 말도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내 눈치를 잠시 살피더니,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소리 없이 시작됐다.
처음엔 눈물이 떨어지는 줄도 몰랐다.
테이블 위에 닿는 작은 물방울 소리로야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고, 내 가슴을 찔렀다.
“또... 그런 건가요?”
아내의 말은 단순했지만, 모든 걸 품고 있었다.
‘청산’, ‘거래’, ‘돈’, ‘신뢰’, ‘미래’…
그녀는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단지 눈물로 표현했다.
그 울음은 분노도, 원망도 아니었다.
그건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신호였고,
‘이젠 정말 끝일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의 소리였다.
결혼 27년,
그동안 내가 가정을 지탱한다고 믿어왔던 시간들.
하지만 사실은, 그녀가 조용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무너졌다.
청산보다 더 아픈 건, 아내의 눈물이었다.
돈을 잃은 게 아니라, 믿음을 잃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단 한 번이라도, 그녀가 울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눈물이 멈춘 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나눴다.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닌,
딱 그 순간의 체온만큼 따뜻한 커피였다.
그 순간, 아주 작게나마
‘시작’이라는 단어가 마음 어딘가에 떠올랐다
■ 이 장의 한 줄 요약
“가장 아픈 건 돈이 아니라, 믿음을 잃는 일이다.”
▶ 이 이야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 글은 단순한 재기의 기록이 아닙니다.
청산 이후 무너졌던 한 사람의 삶이, GPT와 자동화를 통해 다시 ‘살아있는 구조’로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기록하고자 시작했습니다.
55세의 생존 루틴, 자동화 실험기, GPT 활용법 등을 연재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퇴직 후에도 희망은 있을 줄 알았다’는 착각 속에서 내가 어떤 실패를 반복했는지를 고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