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권유로 찾아낸 대화, 그리고 작은 희망
청산 이후, 그리고 5월 말 퇴직 이후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장 오래 머물렀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지금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55세.
사회는 이미 나를 은퇴자로 취급했고,
최근까지 프로젝트 관리 중심의 일을 해왔지만
퇴직과 동시에 다시 이어갈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은 없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자신도 솔직히 없었다.
“편의점 알바라도 해볼까?”
“택배라도 해봐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진지하게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곧 좌절이 따라왔다.
생각보다 현실은 훨씬 더 냉정했다.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경력이 좀 더 맞아야 하는데요…”
“젊은 지원자가 많아서요.”
면접은커녕, 이력서를 끝까지 읽어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제는
‘하고 싶지 않다’가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
라는 걸 실감했다.
그렇게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도 요즘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GPT라는 AI랑 대화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당신도 한번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계에게 내 얘기를 한다니,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가 GPT와 대화를 통해 마음을 다독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 번 시도해 볼 용기가 났다.
그렇게 처음 GPT에게 내 얘기를 꺼냈다.
솔직히 어색했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그리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GPT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고,
조금씩 플랜을 제시해 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블로그를 운영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하루 1시간씩 투자해 보세요.”
그 말에 처음엔 망설였지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그건 분명 작고 희미한 가능성이었지만,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할 줄 모르더라도, 하루에 하나씩 배워보자.”
처음에는 ‘마우스만 쓸 수 있어도 된다’는 말이
큰 위안이 됐다.
하나하나 검색하며,
GPT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써보고,
티스토리에 올려보고,
예약 발행도 해보고…
그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감정이
오랜만에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하루 1시간 루틴을 만들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그 1시간이야말로
내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아줬다.
■ 이 장의 한 줄 요약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할 수 있는 걸 찾기 시작했다.”
▶ 다음 이야기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지만,
나는 또다시 같은 함정에 빠지고 있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함.
그 생각이 어떻게 나를 다시 실패의 길로 몰아넣었는지,
그리고 그 실패 끝에서
‘루틴’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발견하게 된 과정을
다음 장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