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무너지는 나를 다시 세운 건, 작고 반복되는 행동 하나였다
퇴직 이후, 나를 지배하던 건 ‘공허’였다.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았다.
책임도, 마감도, 회의도 사라진 하루는
처음엔 휴식 같았지만 금세 무너짐의 시작이 되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焦燥(초조)함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공포로 바뀌었고,
그 공포는 곧 자책과 무력감으로 변해
내 하루를 잠식해갔다.
그때 내 안에서 이렇게 되묻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지금 이걸 해서 돈이 될까?”
“지금 글을 써서, 언제 돈이 들어올까?”
“시간만 낭비하는 거 아냐?”
그리고 나는 또 주저앉았다.
‘의미 없음’의 감정은 사람을 무너뜨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나는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다.
‘지금 돈이 안 되더라도,
이걸 매일 하면 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
답은 '예' 였다.
돈보다 먼저 내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매일 만드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아주 작지만,
내가 매일 붙잡고 갈 수 있는 것 하나.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췄다.
커피를 내리고, 조용한 새벽의 공기를 느끼며
8시가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처음엔 그저 챗GPT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뭘 써볼까?”
“55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퇴직 후 생존 전략은 뭐가 있을까?”
그 대화는 어느새 10분 → 30분 → 1시간으로 늘어났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늘도 뭔가를 했다”는 작지만 확실한 감정이 남았다.
그 감정은 내가 오늘도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처음엔 글이 전혀 안 써졌다.
두 문장을 쓰고 멈추고,
다시 지우고, 다시 고민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왜 이걸 하지?’
‘내 얘기를 누가 공감해줄까?’
하지만 나는 다짐했다.
‘조회수 0이어도 괜찮다.
오늘의 한 편은 꼭 마치자.’
초기에는 GPT가 써주는 초안을 그대로 붙여넣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 얘기를 설명하고,
내 말투를 반영하고,
진짜 내 이야기가 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인 글들은
결국 내 삶의 조각이 되어 나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나는 엑셀 파일 하나를 만들었다.
작성 날짜
글 제목
주제
GPT 사용 여부
업로드 여부
하루가 끝날 때 이 표를 채우는 순간이
내 하루를 ‘의미 있는 날’로 만들어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낸 날로 바뀌는 기적.
그 기적은 아주 작은 습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내 블로그 수익은 '0원' 이다.
아직도 에드센스는 승인되지 않았고,
누군가 내 글을 꾸준히 읽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이 루틴이 없었다면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
돈보다 먼저 필요한 건
매일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하루 한 편을 완성했다는 만족감,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는 실감,
그리고 오늘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자부심.
그 감정들이 쌓이며
나는 다시 내 삶을 조율할 수 있게 됐다.
■ 이 장의 한 줄 요약
“루틴은 작지만 확실한 희망이다. 매일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
▶ 다음 이야기
매일 글을 쓰고, 루틴을 지키며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었다.
“이걸로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
“계속 이렇게만 하면 뭔가 달라질까?”
나는 깨달았다.
버티기 위해선 루틴이 필요했지만,
살아가기 위해선 흐름을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7장에서는
내 루틴을 어떻게 ‘수익이 흐르는 구조’로 바꾸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