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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Nov 29. 2021

[독서일기]다시쓰는 매일독서일기

아이들에게 30일 연속 독서일기를 쓰자고 제안하면서도 얼마나 떨리던지. 행여 너무 강한 거부 반응이 오면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 걱정되었는데 예상 외로 아이들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그간 내가 꾸준히 책읽기를 함께 한 덕인지, 독서일기를 출간한 선생님의 권위인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의 특성 중 하나인 '아무래도 좋다.'의 입장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첫날의 일기를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에도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구나 안도했다.  물론 모두의 마음에 해당하는 말은 아닌지라 1명의 어린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 의지를 인정하마!


아이들에게 연속 부활권 2매씩을 주었는데( 맘스 다이어리에서 제공해주는 육아 일기의 한 정책을 모방한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어쩌다 하루 놓쳐도 부활권으로 그 사이를 메꾸게 되니 30일 연속이 너무 무리한 계획은 아닐 것이라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나도 매일 독서일기를 다시 시작했다. 스스로에게는 연속부활권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이제 12일이 지났는데 주중에는 학교에서 쓰고  가고, 주말에 가져가서는 잊지 않고 쓰니 아직은 놓치지 않고 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지 않은 날도 책을 읽지 않은 내용으로 써 보라고 했는데 그랬더니 일기의 절반이 그 내용인데 한 아이의 경우 자기도 책을 읽지 않고도 책에 대해 매일 쓴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어찌됐든 30일을 꼭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읽으면서 좀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그건 가볍게 쓰라는 하나의 예일 뿐이었는데 '책을 읽지 않고 독서일기 30일 연속 쓰기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경우이다. 그것으로도 정말 좋았다. 나의 마음과 의도가 아이들에게 스며든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 그것이 보람일까? 때에 따라 주말에 몰아쓰는 아이가 있을 수 있으나 그것까지는 몰아세우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아이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나 자신만 좀더 몰아세우기로 했다.


독서일기는 공개를 전제로 쓰는 것이라고 알려두고 시작한 터라 아침에 독서일기장 바구니에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남의 일기장을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선생이라고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쓰고 있으며 내심 아이들이 봐줄거라고 기대하며 제일 먼저 바구니에 넣어두는데 아침에 모여 읽던 아이들 왈 "선생님 건 너무 어렵고 길어! 덮어 덮어! 딴 거 읽자!"라고 말하며 내 일기장을 툭 던지곤 친구들 것을 돌아가면 읽는다. 나를 면전에 두고 저러다니 겸연쩍었지만 또 그 모습이 예뻐 같이 깔깔 거렸다. 친구의 일기를 보며 아이들은 나름의 품평을 한다. 누구는 너무 짧지 않냐는 둥, 너는 어째 맨날 시작이 같냐는 둥, 이건 독서일기가 아니지 않냐는 둥, 자기 것을 읽어보라는 둥 짧지만 웃는 시간들이다. 그것이 부담스러운 아이는 아이들이 자리에 다 들어간 다음에야 내는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사회성이라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날이 선 아이들은 내고 나서 읽지말라고 고함을 지르거나 날카롭게 구는데 정해진 규칙에 따르면서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 인기가 많은 아이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보다는 이런 사회성이 더 먼저이겠구나 일기를 쓰고 내는 과정에서 짧지만 음미해본다.


30일 중에 12일. 반도 넘지 않았지만 부활권을 한 번도 쓰지 않고 자기가 이렇게 매일 쓸 줄 몰랐다는 아이들이 몇 명있는데 나 역시도 오랜만에 쓰면서 긴장을 했는데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더 신경을 쓰다보니 빠뜨리지 않고 있다. 글쓰기에는 마감과 입금이 동력이라더니 매일 마감이요, 인증 도장이 입금이니 아이들에게 동력은 충분하지 않을까? 손목이 아파 그만 둔 독서일기를 손목이 가장 아픈 최근에 다시 시작한 것이니 이번 만큼은 나의 글쓰기 동력은 책임감이리라. 30일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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