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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Jan 17. 2022

[독서일기] 독서모임을 합니다.

독서는 혼자만의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저 책과 독자가 나누는 둘만의 은밀한 소통이라고 말이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다가 시작한 독서모임을 하고부터는 독서는 혼자 할 수도 있는 행위이지 혼자만의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함께 했을 때의 매력이 분명한 행위라는 점, 그게 나를 지금 몇 년째 몇 개의 독서 모임을 지속하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어제 한 독서 모임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던 중에 오늘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 대해 정리를 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몇 년 전, 누구의 제안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온라인 카페에서 독서 모임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꾸려진 것이 2018년의 일이고 그때의 멤버 6명은 현재까지 변함없이 만 3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내가 한 번 그만 두려고 한 적이 있으나 한 사람이 쉬니 그냥 쉬어가자고 해서 한 고비를 넘기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의례적으로 이루어지는 깊은 호흡과 같은 모임이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에도 책을 읽고 남과 글이 아닌 말을 나눈다는 것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 댓글이라는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글은 어찌됐든 일방향이다. 내가 쓰고 세상에 내놓으면 그만이다. 피드백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말은 발화의 순간 피드백이 온다. 그 점이 무척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우리의 첫 모임은 카톡으로 실시간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이라 형식은 글이었지만 특성은 말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글을 통으로 정리해서 보낼 수 있다는 점에 있어 말과는 다르다. 첫 독서 모임이 카톡 모임이라는 점이 내겐 무척 좋게 작용했다. 아마 처음부터 대면 모임을 했다면 경계심이 많은 나같은 사람은 이내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화상회의로 독서 모임을 한다. 단 한 번도 독서 모임을 위해 만난 적이 없다. 사는 지역도 미국, 군산, 수도권으로(현재는 남극에도 한 명이 가 있다. 그래서 그 분은 당분간은 참여가 어렵다.) 다양해서 만날라야 만날 수도 없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독서 모임들이 화상 모임으로 바뀌고 있는데 우린 적응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없었다. 글로 만나다 얼굴보고 만나니 대면에서 화상으로 넘어간 사람들보다는 더 반갑게 화상 모임을 맞았다. 

6개월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각자 책을 정하고 책 선정자가 논제를 뽑고 진행까지 완료한다. 선정자만 좀 신경이 쓰이지 나머지 회원들은 그저 책을 읽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말하면 된다. 3년이 넘게 이어지다보니 조율의 과정도 거의 필요없다. 누군가 말을 하면 잘 듣다가 길어지거나 샛길로 빠지면 나머지 사람들 중 한 사람은 운전대 꽉 잡고 있어 회차가 거듭될수록 합이 더 잘 맞는다. 애시당초 합이 잘 맞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아주 유리한 면도 있다. 독서 모임은 만나서 한 적이 없지만 때때로 우리는 만나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한다. 카톡 방엔 술안주 이야기부터 정치 이야기까지 넘쳐 흐른다. 우리들이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건 매우 중요하고 감사하다. 어쩌다 만들어진 독서모임치고는 정말 괜찮은 독서인들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멤버의 변화가 없이 이렇게 오랜 시간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임은 멤버의 부침이 있는 편이다.


화상으로 모이기 전에는 고픔이 좀 있었다. 독서 모임의 효능이야 카톡이라고 하지만 실시간으로 근 2시간 넘게 대화를 하는 것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독서 모임은 어떤 것일까? 예전에 학부모님들과 한달에 한 번 독서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내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면이 있어 강의식에 가까웠다. 물론 그 모임도 무척 아름답고 의미있었다. 그때의 우리는 교사와 학부모를 넘어 책일는 사람들로 서로를 아꼈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라는 관계를 벗어나긴 어려워서 마음 속에서 늘 경계를 해야했다.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용기내어 독서 모임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일회성 독서 모임에 참여했고 그것이 또다른 대면 독서 모임에 발을 딛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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