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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Feb 08. 2022

[건강일기] 주말 두통

두통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 해서 여간한 통증이 아니고서는 잘 버티는 편이다. 진통제도 잘 듣지 않고 가끔은 심하게 어지러울 때도 있어 큰 병원에서 진료도 받아봤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그때 즈음 내 친구는 MRI까지 찍어봤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청춘의 질병 쯤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자신의 문제를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나이의 일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멀리 보는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아니면 사는 게 바빠서 두통도 잊고 살아서 그런지 간혹 극심할 때가 있지만 대체로는 지끈거림에서 끝나는 편이었다. 


그러던 지난 주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편두통이 심하게 왔다. 아무리 양쪽 머리를 누르고 눌러도 해소가 되지 않고 타이레놀 두 알에는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모바일 기사로 '주말 두통'이라는 제목을 보곤 기사 내용을 읽어봤다. 요지인즉슨, 평일에 카페인 섭취가 많은 사람이 주말에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금단 현상으로 주말 두통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카페인 때문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려면 커피를 마시고 한 시간 후에 사라지는지를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장염이 와서 끼니도 굶은 판에 커피까지 마실 수 없어 실험은 그만두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유방암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전날의 두통은 거의 사라졌지만 커피를 마시고 나니 기분 탓인지 두통이 완전히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거의 매일 커피를 2잔 이상씩 마시나 카페인 중독이라고 부르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중독이라는 게 원래 '굳이 안 해도 되는데 습관적으로 매일 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이해한다면 중독이 맞았다. 기사 말미에는 주말 두통을 없애기 위해 커피를 또 섭취하면 악순환이 되는 것이므로 지양하라고 했다. 금단현상인데 다시 쥐어주면 안 되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커피를 마신다. 


다만, 좀 신경을 쓰자면 의도적으로 차를 마시는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건 주말 두통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생각해오던 바였다. 식도염도 있으니 아침 식전에는 커피 대신 물이나 차를 마시고, 숙면을 위해서도 밤 늦은 시간에는 차를 마시는 것으로 말이다. 잘 되느냐 묻는다면, 잘 되겠냐고 되묻겠다. 결심을 반영하듯 차는 종류별로 다 갖춰놨는데 줄어들지를 않는다. 하지만 주말 두통이 진정 금단 현상이라면, 중독에 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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