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에 나가서 팔까?’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수북수북 자라는 여러 채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 가족만 먹기엔 양이 너무 많고 매번 이웃에게 나눠주는 일은 번거롭고, 찬연한 이슬을 이고 서있는 저 여린 생명들을 밭에서 그대로 마르게 방치해 두는 건 저 아이들에게 미안하기에. 그러다가 가끔 커피 마시러 가는 카페의 한 옆에 자리하고 있는 로컬푸드 판매장을 생각해 냈다. ‘로컬 푸드’란 말 그대로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뜻하니까.
우리 채소도 거기에 낼 수 있는지 농협에 전화로 문의했다. 이 지역에서 농사짓고 있으면 낼 수 있단다. 그 건물 카페에 드나들며 차는 마시면서도 나는 왜 그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그 길로 ‘로컬푸드 직매장 출하농가 교육’을 신청했다.
며칠 후 문자로 받은 날짜와 시간에 교육장소인 농협 회의실로 갔다. 교육생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1부엔 국민의례와 조합장의 인사말이 있었고 농산물을 꾸준히 낸 출하자들에게 주는 상장과 상금 수여식도 함께 했다. 조합장은 매장 건물에 미술 전시회 등의 행사를 개최해 고객들이 많이 올 수 있도록 여러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니 우리들도 작물을 꾸준히 생산해 내서 판매가 활성화되도록 협조를 구한다고 말했다.
2부에선 직매장 책임자가 나와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농약 허용기준 강화 제도(PLS)’와 유기농, 저농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매장에 낼 예정인 채소 품목 각 500그램씩을 먼저 매장 사무실로 가져와 농약 시료 검사에 통과해야만 그 품목을 그다음 주부터 출하할 수 있단다. 판매 유통기한은 하루라고 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여러 농가가 같은 품종의 채소를 한꺼번에 출하해 재고로 많이 남게 되는 어려움을 피하려면 다른 농가보다 더 일찍 생산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라는 충언도 주었다. 어느 농가는 감자를 비닐하우스에 재배해 다른 이들이 많이 출하하는 시기보다 한 달 빨리 했더니 바로 완판 됐다는 예화와 함께.
3부엔 한 연구원이 나와서 각 채소들의 재배 방법과 생산 시기, 채소가 병들었을 때 뿌리는 치료제와 예방약등도 일러주었다. 나는 그 강의 내용을 공책에 메모했다. 그는 고추 농사를 많이 짓는 농가에 고추밭에 벌레가 끼지 않게 하는 비법도 일러주었다. 고추밭 옆에 옥수수를 심으면 고추에 생기려는 벌레들이 단맛이 있는 옥수수로 모여들어 효과를 본단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고추밭 중간중간에도 드문드문 벌레 유인용으로 옥수수를 하나씩 더 심어두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사는 거름을 주는 시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작물이 누렇게 되고 나서 거름을 주면 늦고 그렇게 되기 시작할 때 줘야 며칠 후 잎새의 팽창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나는 시들한 잎이 영양제를 먹고 초록잎으로 펴져 반짝이는 상상을 하며 그 말을 메모에 첨가했다. 그는 땅은 정직하다고, 거저 주지 않는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고 다음 강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4부엔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교육이 끝이 났다. 우리는 매장 사무실로 가서 약정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매장으로 옮겨가 그곳에 야채별로 다양하게 포장된 모양들을 둘러보며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매장에서 찍은 사진과 교육 중에 했던 메모들을 다시 보았다. 혼자 하는 궁리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지역에서 이미 마련해 놓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맙다.
철저한 농약 관리와 함께 ‘혼자서는 쉽지 않아, 우리 지역에서 짓는 농사니 우리가 도와줄게,’ 뜻으로 해주는 지자체의 격려로 내가 지은 농산물을, 소비자는 믿고 당일에 구매할 수 있는 제도.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이런 과정들을 알아가며 나는 지금 ‘지역 공동체’라는 의식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