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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7시 폐지줍는 할아버지와 경찰에게 배운 것

by 돌변

매일 7시, 장사하는 대학생의 하루


바쁜 아침,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길에서 장사를 했습니다.


요즘은 좋은 이름도 많지만, 당시에는 노점상이라 불렀죠.

아침부터 전공 수업을 듣고, 3시부터 장사를 했습니다.


주독야경을 위해 등교 전에 새벽 시장을 다녀오고, 트럭을 타고 등교해야 했습니다.


늘 거쳐 가는 길목이 있었는데 바로 서울대입구역 사거리.

매일 아침 7시에 그곳을 지나는 것이 루틴이었습니다.



도로 한복판, 멈춰버린 리어카


그런데 저와 비슷한 시간, 또 다른 루틴을 가진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재활용 종이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끌고 사거리를 건너는 할아버지.

리어카는 짐이 가득차 산더미 처럼 높았습니다.

무거운 탓에 속도가 느렸고, 늘 무단횡단을 했습니다.

초록불에 출발했지만, 사거리 중간쯤 가면 이미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 거든요.


자연스럽게 도로 한복판에서 멈추게 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됐습니다.

할아버지가 지날 때면 항상 도로 교통이 마비가 됐습니다.

처음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 이기적이야!
출근길에 매일 리어카로 도로교통을 막으시다니"


이런 불평을 참 자주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놀라운 광경을 보고 불평이 사라졌습니다.



리어카를 밀어주는 경찰


어느 날, 교통경찰이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함께 밀고 있었습니다.

그 경찰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분이었습니다.

아마 처음엔 할아버지에게 주의를 주었겠죠.

그런데 할아버지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이 바뀌었습니다.


매일 아침, 신호가 바뀌어도 멈춰 있는 리어카를 보고,
그냥 기다리는 대신 직접 밀어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매일 아침 사거리를 함께 건넜습니다.
경찰과 할아버지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들은 루틴처럼 매일 아침 7시에 함께 리어카를 밀었습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침 7시의 감동


그곳을 지날 때마다 배웠습니다.


바쁠수록 여유를 잃어버린다.
나의 1초도 아까운 바쁜 삶속에, 우리는 타인의 루틴에 얼마나 관대할까?



그곳을 지날 때 마다 노인과 교통경찰이 생각납니다.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묵묵히 리어카를 밀던 경찰.

그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사거리를 건너던 할아버지.


살기 팍팍한 세상이지만, 때로는 나도 누군가를 위해 잠시 멈출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 삶에 훅 들어오는 사람들을 그저 불청객이라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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