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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변 Oct 04. 2024

유명 아나운서가 다마스 타는 이유

똥차 INSIDE 5 (솔직한 방송인 이야기)

산 밑에서 다마스 타는 솔직 당당 아나운서


한옥을 개조하여 재밌게 사는 솔로남이 있었다. 홍제동 산 밑에서 구옥을 개조해서 살고 있는 그는 "나는 자연인이다" 실천 중인 MBC 김대호 아나운서. 아나운서라는 세련된 이미지에 맞게 트렌디한 집에 살 것 같은데 산 밑의 구옥에 산다.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나 혼자 산다'를 시청했다. 화면에는 가정용 어린이 풀에 몸을 담그고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신선놀음신이 나왔다. TV를 시청하며 충격도 받았지만 하도 웃어서 배에 쥐가 나기도 했다. 충격과 폭소가 공존하는 독특한 경험.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자동차. 일명 "다마르기니"를 타고 다녔는데 다마스+람보르기니의 합성어이다. 다마스 퀵이라고 불리는 용달 전문 차량이 바로 이 다마스라는 자동차 이름에서 기인했다. 800CC급 경차에 LPG엔진을 쓰는 다마스가 김대호 아나운서의 자동차이다. 소탈하다 못해 자신만의 인생을 사는 아나운서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기교가 없는 솔직한 자동차


이 차는 원가 절감형 자동차라 상식적으로 있어야 할 많은 기능이 빠져 있다. 자동차이긴 한데 기능이 정말 없다. 승차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뼉다구 설계(전문용어 하체설계)는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이다. 옷을 입지 않은 인간이랄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4바퀴를 굴러가게만 만들었다. 당신이 어떤 차를 탔던 이 차와 비교하면 반드시 알게 된다. 당신의 차가 럭셔리 고급세단과도 같다는 것을....


학생 때 장사를 하며 3년 정도 이 차를 몰았다. 정확히는 다마스의 트럭버전 '라보'. 쌍둥이차라 승차감은 거의 같다. 전직 오너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몇 가지 얘기해 본다. 운전을 시작하면 각종 소음이 상상초월이다. 국민 경차 '굿모닝' 따위와는 비교도 안된다.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외부 소음이 유입된다. 나중에는 옆 사람과 말도 하기 싫어지는 분위기 파괴자.


착좌감은 정말 끝내준다. 1시간 이상 타면 인간 세계에서 엉덩이라 부르는 사과 모양 골짜기가 쪼개진다. 이 차에는 엄밀히 말해 시트가 없다. 차의 강철 프레임에 얇은 방석을 덧대어 운전석을 만들었다. 시트에 리클라이닝, 디클라이닝 기능 따위 있을 리 만무하다. 타보면 정말 독특한 자동차다.


모든 자동차의 핸들에는 모터가 있다. 모터의 역할은 주차 시 핸들을 가볍게 돌릴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다마스는 이 기능이 빠져있다. 원가 절감형 생계형 자동차라는 컨셉답게 핸들이 상당히 무겁다. 근육남의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려고 해도 핸들이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주차할 때 양손으로 찔끔찔끔 5-6번은 감아야 완전히 감긴다.


언덕을 오를 땐 힘이 없어서 점점 속도가 떨어지다가 이내 차가 멈출 것 같은 경운기의 달달달 소리가 들린다. 그때 마법과 같이 출력을 높이는 부스터 다이얼이 있는데 그것은 슬프게도 '에어컨 끄기 다이얼'. 에어컨을 꺼야만 긴 언덕을 오를 수 있다. "죽고자 하면 산다"는 고금의 명언이 이 차에 적용된다. 에어컨을 죽여야만 언덕에서 다마스가 살아 올라간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란 말이 이 차에 딱 맞다. 상업용으로 타기에는 1등으로 경제적인 자동차이지만, 승용차로 타는 사람은 정말 흔치 않다. 상용차를 승용차로 착각한 것 아닐까? 어쨌든 김대호 아나운서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참 솔직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다.



솔직함은 비장의 무기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사람을 귀신같이 파악한다. 사실 귀신이니까 성공했을 수도 있다.(웃음)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의외로 외롭다. 콩고물이라도 얻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성공자들은 콩고물 얻으러 오는 사람을 잘 캐치한다.


성공한 사람과 친해지는 최악의 스킬은 바로 '자기 자랑'이다. 그들에게 "나도 이 정도 차는 탈 수 있어요. 나도 이 정도 클래스는 됩니다" 란 식으로 다가오는 콩고물 수거자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매력발산을 할 때도 자기의 강점은 하나도 없고 능력 있는 사돈의 팔촌까지 얘기해 가며 다가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함으로 나서자. "당신에게 배우고 싶다",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라고 말하자! 오만가지 허세를 내세우면 통일전망대의 남한과 북한처럼 가깝지만 먼 사이가 된다. 자기 자랑과 허세는 다르니 꼭 구분하자.


성공한 사람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스킬은 '솔직함'이다. 사돈의 팔촌이 어떤 사람인지 자랑할 필요 없다. 차라리 솔직하게 자문을 구하는 편이 낫다. 단, 노력 없이 입만 벌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콩고물 판독 센서가 매우 예리하니 조심하자. 콩고물 얻으러 왔다가 그냥 고물로 낙인찍힌다. 반면 최선의 노력하는 과정에서 풀리지 않는 고충에 대해 자문을 구할 때 그들은 의외로 호의적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까지 남을 돕는 날개 없는 천사도 종종 보았다.


뭐 하러 그렇게 자기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도와줄까? 수많은 날파리 가운데 솔직함과 진중함을 갖춘 사람에게 느끼는 진심이라 생각한다. 미녀 옆에 대시하는 남자가 의외로 없는 것처럼 능력자들에게도 빈 틈이 있다. 솔직한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다시 김대호 아나운서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사람들이 그의 삶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재밌어하고 응원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솔직함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교를 거부하는 솔직함


다음은 김대호 아나운서의 인터뷰 내용이다.

좀 피곤해도 남들하고 다르게 사는 게 기분이 좋아.
똑같은 걸 하게 되면 저 사람이 어떻게 하고 내가 어떻게 하고 이걸 서로 비교하게 되거든.
완전 다른 삶을 살게 되면 비교 자체가 안되니까 속이 편해.

(출처 : 유튜브 14F)


(출처 : 유튜브 14F)


"김대호 아나운서처럼 나도 솔직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유명인이 아니라는 점. 유명인이 경차를 타거나 소탈하게 살아가면 당사자는 의도하지 않는 인생철학과 스토리까지 끼워 맞춰서 검소하다고 우쭈쭈 해준다. 반면, 유명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장단체처럼 자비가 없다. 유명인이 하면 스토리가 되지만, 내가 하면 색안경을 끼고 무시한다. 색안경에 도전해 보자. 솔직함을 무기로.


비교 인생을 멀리하는 아나운서 김대호 씨의 솔직함과 매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눈치 본다고 나한테 차 한 대 사주기는커녕 차에 들어가는 휘발유 1리터 넣어 줄 사람 없다. (맞다 아무도 기름을 안 넣어주기에 내가 중고 전기차를 산 것이다.) 차로 인해 나를 평가한다면, 어차피 내 사람 아니다. 똥차 파랑새를 아껴주자.


눈치 안 보고 사는 삶은 매력적이다. 다마르기니 타고 다니며 산밑에 집을 짓고 비교를 거부한 어떤 아나운서의 솔직함처럼.


지금의 모습에 솔직하자. 판단은 네가 아니라 내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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