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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돌프 Oct 27. 2024

10. 부모님과 대학 같이 다니는 법

소확효: 소소하지만 확실한 효도 01

부모님 계실 때 잘해

 다 아는 말이지만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졸업하면, 취업하면, 돈 더 벌면.

문득 생각했다. 졸업해도, 취업해도 효도를 미룰 이유는 계속 생기겠구나.

이런 맥락에서 아직 대졸도 못 됐지만 나는 조금 미리 시작했다. 지난 여름부터 엄마, 아빠와 데이트하는 것으로. 야심 차게 준비했고, 부모님도 만족하신 편이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모든 운전과 대부분의 결제가 여전히 부모님의 몫이었으니까.

 그래서 찾아봤다. 크기를 줄이더라도, 온전히 내가 다 할 수 있는 효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효도. 소확효.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에 입성해 첫 번째 학년을 무사히 마친 자녀에게 편지를 써주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엄마가 써준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여전히 기억한다.

늘 학교 생활을 신나게 말해주던 네 덕분에
마치 엄마도 1학년 7반이 된 것 같았어.
고마워, 우리 딸


 대학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오히려 더 다양한 소재가 많다. 그중 하나가 학식 메뉴였다. 학교까지의 거리가 꽤 멀어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평일에 우린 밥 한 끼도 같이 할 수 없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는 일상적인 질문에 그날의 학식 사진을 찍어 보내준 것이 시작이었다. 맛깔스러워 보이는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가족 단톡방에 공유했다. 딸 밥 잘 먹고 다닌다는 신호에 열띤 반응이 뒤따랐다. 더불어, 살아있나 연락 좀 하라는 전화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생존 신고의 역할까지 한 모양이었다.


 한 학기 내내 사진으로 보신 학식을 사드리기도 했다. 방학 중에는 본가로 돌아가기 때문에 학기마다 이사를 했는데, 항상 부모님이 도와주셨다. 차에 내 살림살이를 가득 실은 후 다 같이 학식당으로 갔다. 이삿날에 특히나 더 맛있는 메뉴가 나오길 바라던 마음에는 못 미쳤지만, 두 분은 대학생들과 학식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하셨다.

부담 없는 가격대 덕에 턱턱 사드릴 수 있는 학식당 디저트로 마무리하면 해당 학기가 비로소 종강한 기분이 들었다. 이삿날에는 짜장면이라는 공식처럼, 기숙사 짐 빼는 날에는 학식이라는 우리만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의외로 좋아하시는 소확효가 하나 더 있다. 소소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사소한 것이다. 내가 쓴 과제를 읽어드리는 것. 그에 대한 엄마의 의견을 묻고 피드백을 구하는 것이다. 고장군은 대학에 가는 대신 빠르고 멋지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내 과제에 한 마디 얹어보는 것이 신선하고 뿌듯한 경험인 듯했다.


 이렇게 부모님과 대학을 같이 다니는 소확효는 특별하다. 졸업하거나 취업을 하면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4년 내내 등록금을 지원해 주시는 보람을 작게나마 쏠쏠히 느끼게 해 드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불속성효녀 탈출 N계명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소확효를 찾아보자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대확효(대단히 크고 확실한 효도)는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성적일 것이다. 난 실패했지만 아직 늦지 않은 동생들을 위해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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