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같이 일하기

대가 될 것인가, 현자가 될 것인가.

by 여문 글지기


“자신의 지혜를 혼자서만 간직한다면, 죽음과 함께 그 지혜도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세월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면 그 지혜는 절대 늙지 않을 것이다.” 「일터의 현자 (Wisdom at Work)」라는 책의 저자 ‘칩 콘리(Ship Conley)’가 한 말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인생의 2막을 함께할 새로운 직장을 찾으면서 읽은 책에서 희망과 목표를 보았다. ‘현자가 되어 지식과 지혜를 전수한다.’는 구직 이유를 하나 찾았다. 그런데 현실은 이 말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다. 같이 일할 동료가 MZ세대인 것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누구나 다 현자가 되는 건 아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목표와 직장생활과 연계는 쉽지 않다.


MZ세대는 앞선 세대의 경험과 지혜가 현명함의 산물이더라도 일부러 얻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 세대를 특징짓는 말은 ‘디지털 유목민’이다. 디지털 세계에 넘쳐나는 지식을 구태여 사람간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히려 중장년이 현대의 디지털 관련한 지식은 젊은 세대에게 배워야하는 시대인 것이다.


새 직장에 출근하면서 초기에 마주한 환경에 대해서 우려가 많았었다. 연구 수행을 주된 업무로 하는 MZ세대 박사들을 보조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제는 MZ세대의 리더나 선임자가 아닌 보조, 지원자가 된 것이다. 다행히 적응에 문제가 없도록 친절하게 도와주고 대해 주어서 인간관계나 소통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연령상 시니어이면서 직책상 후임 근로자로서, 행동강령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행동강령의 근간은 ‘존중’으로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타인에게 존중 받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다. 소위 말하는 나이와 경험만 앞세우는 ‘꼰대’가 아니어야 한다.


항상 제시간에 출근하여 늦지 않고 시간 낭비 없는 조직 문화에 동화되는 것,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에 신속하게 응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시기적절하게 피드백 하되 피드백 전에 상대방 말에 경청하도록 노력하는 것 등이다.


그렇게 해야 나이든 근로자를 차별하는 고정관념들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 '칩 콘리'는 고정관념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해당사항의 적도록 해야겠다.


1. 업무성과가 나쁘고 참여도가 낮다.

2. 변화를 거부한다.

3.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4. 재직기간이 짧다.

5.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6. 신뢰할 수 없고 내부 갈등을 일으킨다.

7. 건강상태가 나쁘다.

8. 일보다 개인 생활을 더 중시한다.


누구나 조직 내의 일원으로서 똑같이 존중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업무노토의 첫 장에 이 말을 써두고 자주 돌아본다. 디지털(Digital) 지능을 가진 MZ세대와 감성(Emotional) 지능이 앞서는 내가 꼰대로 치부되지 않고 같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제는 ‘다르다.’는 것을 자주 인정해야 한다. 틀린 것이 아니다. 각자의 생각과 행동의 양식이 다를 뿐인 것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MZ세대는 사내에서 소통하는 것에서도 대면하여 말하는 것보다 메신저 등이 편하다고 한다. 느린 타이핑 속도가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대면하여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나’ 위주이고 욕심이다. 앞뒤 맥락 없는 말 걸기는 소통이 아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메신저(MZ세대 문화)에 더 친해지자.


업무에서 모르는 일이 생기면, 물론 물어보면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디지털 공간에서 먼저 찾아보아야 한다. 디지털 공간은 지식의 보고다. 내규와 규정은 시스템에 이미 탑재되어 있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찾아 보지도 않고 묻는 것은 실례이다.


2015년 작,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영화 ‘인턴(The Intern)’을 두 번 보았다. 첫 번째는 전 회사에서 퇴직하기 전이었고, 두 번째는 퇴직 후 구직활동 기간이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사뭇 달랐다.


직장이 있을 때의 감상은 장르 그대로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을 보았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주인공들에 대한 뚜렷한 인상도 별로 없었다. 나와는 상관 없는 서양의 나이든 배우일 뿐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는 달랐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라는 남녀 주인공들 이름까지 외우게 되었다. 특히 탐자 주인공의 행동에서 구직 후 나의 모습을 그려 보게 되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로버트 드 니로는 시니어로서 위상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억지로 나서서 조언하려 하지 않지만 작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상이 젊은 직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직설적이지 않지만 은근한 충고는 대표의 최종 결정까지 만족스럽게 이끌어 준다. 칩 콘리가 말하는 ‘일터의 현자’의 모습의 정형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누구나 다 현자가 되는 건 아니다.” 과거의 직업과 사회적 지위, 명예와 자존심 등은 내려놓고 새 출발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영어의 Understand는 Under와 Stand가 합해진 말이다. ‘아래에 서 있다.’가 이해인 것이다. 나는 어떤 동료가 될 것인가?


디지털 지능과 감성 지능이 어울리는, 서로 이해하면서 ‘함께 가는 동료!’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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