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주제를 정하고 좀 더 깊게 들여다보자
최근 직장의 업무로 장애인시설 몇 곳을 돌아보게 되었다.
현장 모니터링이라는 이름으로 시설과 현장을 확인하고 담당자와 면담하며, 그곳에 배치된 참여자들과 인터뷰하는 업무다.
결과 보고를 위해 점검해야 하는데, 사실 점검의 시간이라기보다 내가 배우는 시간이라는 것이 많았다. 나이 들면서 감성이 약해지는지 마음이 아련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예전의 직장에서 교육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현장 지도’라는 명목으로 주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곳을 점검했었다. 그때는 현장이 기대치와 다르더라도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고, 단지 안타까움이 많았다. 외부적 시각으로, 앞서 경험한 입장에서 점검하고 가르쳐준다는 성격이 강했었다.
그런데 장애인 관련 시설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 멀리서 피상적으로 보던 것, 애써 마주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현장에서 무언가 다름을 보고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심리학에 대하여 겉핥기식으로나마 접하면서 좋아하게 된 말이 ‘계획된 우연’이다.
여러 경우에서 연관된 상황을 접하면서 참 좋은 말이라고 여기며, 내 나름대로 비슷한 상황에 대입하곤 한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우연히 읽게 된 책이 현재의 업무 상황과 유사점이 많다고 느낄 때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그렇다. 인이이박사(중국인 2세)가 쓴 <잠시 쉬어가세요, 런던의 심리상담실>이라는 책이다.
‘불안한 영혼들을 위한 Dr. Yin의 감정 수업’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런던의 부유한 거리, 상위 0.1%의 재력가가 들려주는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표지에 있다. 책은 자존감을 낮추는 마음속의 불안감의 다양한 사례들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전문가가 쉬운 말로 이해하기 쉽도록 대화체로 들려준다.
나도 내면을 다른 각도로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명상’도 마음속 깊이까지 들여다보는 좋은 방법이지만 쉽지 않다.
호흡에 집중하고, 나를 놓아버리는 방법으로는 좋지만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불편함에 편안함을 느껴라>의 저자 ‘벤 알드리지’가 추천한 31가지 도전 과제 중에도 있어서, 이제는 명상이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일반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단지 내가 생활화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내면을 보는 방법을 약간 바꾸어 보려고 한다.
주제를 정해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참선이나 호흡 명상이 아닌, 그저 내 마음의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를 뿌리부터 찾아보는 것이다.
나는 나의 지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도 주변의 시선에서 나의 존재를 찾으려 하고, 기대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가 등등.
쉽게 답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내가 찾은, 나의 답이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나를 대하는 나의 자세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아마 그 과정에서 현장 모니터링 중에 느꼈던 마음이 아련해졌던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못 찾아도 좋다.
마음속 무엇 하나는 재로 정의하고, 내려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