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피와 상아 젓가락 고사
시간의 여유에 마음의 여유가 더해져 즐기게 된 핸드드립 커피. 처음에는 그저 간단한 도구로 커피 한 잔을 혼자 내려 마시는 것에 만족했는데, 갈수록 영역을 넓히고 싶어진다.
이왕 마시는 커피인데 좀 더 고급스러운 원두를 찾게 되고, 드립 도구도 전문가의 영역에까지 시선이 간다. 물론 커피잔도 마찬가지다. 이를 보며 문득 ‘상아 젓가락’의 고사가 생각난다.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인생을 무너뜨리는 건 큰 사건보다 작은 습관이라는 사실이다.
젊을 때는 큰 위기나 잘못이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작은 선택이 쌓여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고대 은나라 말기의 상아 젓가락 고사는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주왕이 상아 젓가락을 만들자, 충신 기자는 “작은 사치가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저 작은 도구 하나였지만, 그것은 금과 은그릇, 기름진 음식, 화려한 궁궐로 이어졌고 결국 나라의 기둥을 흔들었다.
상아 젓가락 같은 작은 선택들은 주변에 많다. 처음엔 단순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고급 지갑 하나를 샀을 때, 그 지갑에 맞추려니 옷과 신발, 시계까지 점점 더 고급 제품을 찾게 된다. 작은 소비가 생활 전반의 고급화를 불러오고, 재정 건전성을 흔드는 도미노가 되는 것이다.
기자가 걱정했던 상아 젓가락의 파급력이 현대인의 삶에서도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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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는 생활 습관이다. ‘오늘은 피곤하니 운동을 쉬자’라는 작은 선택이 반복되면, 어느새 운동은 생활에서 사라지고 건강은 무너진다.
작은 방심이 습관을 바꾸고, 습관이 삶을 바꾼다. 상아 젓가락이 금과 은그릇으로 이어진 것처럼, 작은 방심은 생활 전반의 무너짐으로 이어진다. 결국 건강 관리의 핵심은 큰 결심이 아니라 작은 선택을 바로잡는 데 있다.
가치관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히 남들처럼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삶의 기준이 타인의 시선으로 바뀐다. 결국 자기 삶의 중심을 잃고 외부의 기준에 휘둘리게 된다.
상아 젓가락 고사가 단순히 물질적 사치만을 말하지 않고, 작은 흔들림이 가치관을 바꾸고 삶의 중심을 잃게 한다는 점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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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커피가 내 삶 속의 상아 젓가락이 될 것을 경계한다. 처음의 작은 드리퍼 하나와 주전자만으로도 충분했던 초심을 유지하고자 한다. 더 좋은 추출 도구가 눈에 들어와도 그냥 외면한다. 세라믹 드리퍼, 유리 서버, 정밀한 저울,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전기 포트 등은 관심에서 접었다.
핸드드립에 들인 정성과 투박한 커피잔의 따스한 온기, 그리고 향기에 만족하려 한다.
커피를 즐기는 취미가 생활의 작은 기쁨이면 충분하다. 혼자서 좋은 커피를 즐김이 삶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더라도 ‘비단옷에 밤길 걷기’일 뿐이다.
지나치면 단순한 즐거움이 사치로 변하고, 결국 가정경제와 생활의 균형까지 무너뜨린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나를 다스리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흔드는 욕망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자기 관리란 큰 계획보다 작은 선택을 경계하는 데서 시작됨을 깨닫는다. 작은 소비, 작은 방심, 작은 흔들림이 결국 은퇴 후의 재정, 건강, 가치관이라는 삶의 기둥을 흔들 수 있다. 상아 젓가락 고사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내 삶에서 내려놓기를 실천하는 가장 확실한 자기 관리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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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속의 상아 젓가락을 경계하자고 재차 다짐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것이 지갑일 수도 있고, 운동을 미루는 습관일 수도 있으며, 커피 도구와 잔, 고급 원두일 수도 있다. 작은 선택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작은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곧 나를 지키는 길이다.
나를 다스리는 힘은 거창한 결심 보다 하루하루의 작은 선택을 올바르게 하는 데서 비롯된다.
상아 젓가락을 경계하는 태도야말로 내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