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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pr 02. 2023

진해 군항제 벚꽃 구경

모처럼의 여유, 아내와 함께한 시간이 좋았다.

서울에서 진해까지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일정으로 군항제 구경을 다녀왔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서울역에서 여섯 시에 출발하는 KTX-산천을 이용하여 마산까지 가고, 마산에서 진해까지는 노선버스를 이용하였다.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원거리임을 고려하여 1박을 고려하였으나 숙소 예약이 여의치 않았다. 휴일의 교통편이 원하는 시간대에는 모두 매진되어 평일을 선택하였기에 참가하고 싶은 야간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유는 없었지만 덕분에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내와의 원거리 여행은 오랜만이었다. 다소 갑작스러운 아내의 여행 제의에 그동안 무심하고, 소홀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벚꽃 구경을 빌미로 여행을 나서게 되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출장 등으로 여행할 기회가 많았지만 아내에게는 흔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금년에는 3월의 이상 고온이라고 하더니, 열차로 이동하는 중의 창밖은 갖가지 꽃들이 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서울에서 이미 익숙한 개나리를 비롯하여 양지바른 곳의 벚나무, 과수원의 나무들도 개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작은 산을 지날 때는 진달래도 볼 수 있었다.


마산에서 진해로 가는 길에는 가로수가 온통 벚나무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군항제를 찾는 상춘객들은 많았고, 버스 안의 주제는 그 기대로 가득하였다. 터널을 지나 진해시로 내려가는 길 주위에도 벚나무들이 즐비하여, 도시 전체가 벚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흔히 벚꽃을 일본의 국화(國花)로 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는 공식적인 국화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도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우리나라 곳곳에 심어지기 시작하여 반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꽃 자체에 별스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재고해 보아야겠다.


군항제의 의미에 맞게 첫 번째 가는 곳은 진해항과 해군사관학교로 정했다. 11번 부두에서는 해군을 소개하는 자리와 군수지원함인 천지함에 오를 수 있도록 개방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비록 천지함 외부만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하였지만 해군을 조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40kg이 넘는 군장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UDT 대원이 믿음직스러웠다.


해군사관학교에서는 거북선에 승선할 수 있는 기회만 가졌다. 박물관이 개방되지 않아서 내부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볼거리들은 많았지만 개방된 곳은 한정되어 있어서 빠르게 보고 기지를 나섰다.




진해에는 세 개의 로터리가 있는데, 북원, 중원, 남원로터리로 불리고 있었다. 남원로터리에는 김구 선생의 글귀가 새겨진 돌탑도 있어서 잠시 진해항의 배경과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중원로터리에서 전시된 K2전차를 구경하였다. 인근의 현대로템에서 생산된 장비로 멀리 유럽의 폴란드까지 수출한다고 하니 위용이 대단하였다. 향토 음식점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는데 여행 중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먹거리 부분이었다. 나중에 불만 기사를 볼 수 있었고, 군항제 주최 측의 사과문과 감독을 잘하겠다는 글도 볼 수 있었다. 한정된 행사기간에 이익을 내야 하는 특성은 이해하지만 상식의 선은 지켰으면 좋겠다.


중원로타리에서 제황산으로 향했다. 진해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365 계단을 연인들이 같이 오르면 사랑의 결실이 맺어진다는 말이 전해진다고 했다. 볼거리가 많아서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왕복하였다. 시가지와 바다와 진해를 둘러싼 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 진해탑 8층에서 보는 전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음은 진해역을 경유하여 여좌천으로 향했다. 진해 벚꽃의 가장 아름다운 명소라고 하였다. 과연 하천 좌우에 늘어선 벚나무의 터널은 장관이었다. 평일인데도 인파는 제법 많았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양한 모습의 벚꽃들과 어울려 걷는 길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어렵게 하였다.


좌우측 길은 모두 보행자 길로 지정되어 차량이 통제되고 있었고, 중간중간의 다리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대부분 젊은이들의 차지가 되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사진은 한적한 곳에서 흔적을 남기는 정도로 만족하였다.


주변에 동백도 있고, 개나리도와 복숭아꽃도 같이 피어 있었지만 벚꽃의 무리에 가려서 제 모습을 알리지 못하였다. 도시 전체가 봄으로 깨어나고 있었지만 역시 진해는 벚꽃의 도시답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봄의 여유인가.


야간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울 것 같았다. 작은 조형물들을 만들고 전구들을 배치하여 빛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루 일정이라 다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밤 벚꽃은 다른 곳에서 즐겨보아야겠다.


마지막 여정은 진해역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명소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을 빌리면, ‘타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는 코스였다. 2층 버스의 지붕이 없는 곳에서 즐기는 풍광은 색달랐다. 가로수 벚꽃 가지가 손 닿을 곳에 있었다.


진해루와 해양공원 및 경화역을 경유하는 코스였다. 안내하시는 분의 자세한 설명으로 진해의 역사까지 많이 알게 되었다. 단지 마지막 버스여서 중간에 내리지는 못하고, 스쳐 지나가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였다.


해양공원과 경화역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은 곳이었다.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으로 간접 체험을 더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장 먼저 가자고 약속하였다. 볼 것은 많았지만 아쉬움을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미래를 기약해 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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