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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Jun 04. 2023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

기대와 낯섦의 교차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일이 있다. 금년의 목표로 삼은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며칠 전에 필기시험을 마치고 지금은 실기시험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지원서를 제출하고, 응시료를 납부하는 것이 모두 생소한 일들이다.


더듬거리며 시스템에 접속하여 원하는 시험 일자를 선택하였더니 앞에 대기자가 8,000여 명이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나름 사전 등록 준비도 마쳤고, 시간에 맞추어 접속하였지만 처음 원하는 날에 등록은 불가하였다. 이것이 지금의 내 디지털 수준이다. 그래도 다행히 최대한 원하는 날과 가까운 일자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일이다. 응시한 사람들의 면면은 알 수 없지만, 나름대로 필요한 분야의 자격증을 위해서 노력할 결과를 평가해 보는 절차에 응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과 취업전선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직접 체험하게 된 순간이었다.


노력하지 않으면 제자리가 아니고 뒤로 밀리게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나이 탓을 하고, 경험을 빙자하여 자기 계발의 노력을 뒤로한 채, 경력을 이용하여 계속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역량을 높이는 일에는 멈춤이 있을 수 없다.


시험장에서 함께 한 사람들은 예상대로 다양하였다.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분야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분하게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각자의 목표를 향해 실질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 분위기에 동참해 본 것만도 감사할 일이다.


외모로 보면 나보다 연상으로 보이는 수험생도 있었다. 무슨 과목에 응시하는지는 모른다. 단지 도전한다는 사실에 모르는 분이지만 존경심이 생기고, 같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그분의 결과가 좋기를 바라고, 이후의 여정도 응원한다.)


시험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CBT)으로 바뀌어, 같은 공간에서 시험에 임하는 50명의 과목이 달라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정해진 좌석에 않았더니 벌써 모니터에 이름과 응시과목이 표시되어 있었다. 평가의 시간이 되니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지만, 잠시 후면 노력의 결과를 알 수 있고 하나의 단계가 마무리된다는 안도감도 있었다.


금년에 한 개의 민간자격증에 도전하여 성공하였고, 생애설계와 진로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두 가지 이수하였다. 교육을 통하여 얻게 되는 가장 큰 것은 나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고, 작은 지식이나마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전은 늘 기대와 낯섦의 교차하는 과정이다. 생경한 분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식 그 자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강의하는 강사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경험이 풍부한 강사들의 강의에서 노련함을 배우고,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새로운 목표와 방향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가진다.


정규교육과정을 포함하여 배움의 시간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분야는 많다. 그래서 낯설고 그 낯섦에서 비롯된 기대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는다. 점점 많아지는 지식의 세계에서 내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겠지만 그것이 또한 배움을 찾는 이유로 여긴다.


새로운 배움의 자리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용어의 낯설음이다. 자주 사용하지 않던 용어이기에 당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편중된 독서의 결과에 대한 냉엄한 현실 자각이기도 하다. 생소한 단어는 다양한 세계의 일정 단면만 보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최재천 박사는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분이 말한 기획독서에 대해서 아직 일천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새로운 분야를 시작할 때 오는 용어들의 낯설음이다. 그래서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일은, 그 길은 단지 압박감만 주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동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준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두 접할 수는 없을 것인데 그것에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과 함께하기에도 남은 시간은 짧다.


근래의 교육과 독서를 통하여 알게 되고 작은 실천이나마 하게 된 것은 ‘머무르지 않고 한계를 정하지 않는 것’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것이 나의 인생 한계는 아니고, 더 이상의 발전을 멈추고 머물러야 할 순간이거나 이유는 더더욱 아니다. 


퇴직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계기가 되고, 그 도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의 시작 시점이기도 하다. 퇴직을 통하여 얻은 작은 깨달음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 새로운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다만 멈추지 않고 도전하면서 나아갈 때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늘 도전하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나이와 경험이 늘어나면서 같이 따라온 것은 세상을 좀 더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다. 계속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남은 시간은 적더라도 더 보람 있고 즐겁게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때 그렇게 급하지 않았어도 되는데, 목표 없이 무작정 열심히만 할 것이 아니었는데 하면서 반추해 보는 일들이 있다. 이제 멀고 큰 목표만을 위해 현실을 희생하거나 시행착오를 수정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그저 새로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 과정의 기대와 낯섦이 교차하면서 오는 작은 긴장을 즐겁게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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