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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Sep 10. 2023

행운을 나누어 드립니다.

관음죽 꽃을 보면서

행운’이라는 꽃말을 가진 관음죽이 꽃을 피우고 있다. 2020년 5월과 2021년 6월에 연속으로 피고 작년에는 피지 않았다. 올해도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9월에 이르러 수줍은 분홍의 꽃을 피우고 있다. 무척 반갑다.


반려식물들은 변화가 적다. 종류에 따라 주기를 달리하여 물을 주면서 관찰하지만 매일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새잎이 나기도 하고, 가지가 늘어나기도 한다. 꽃이 필 때면 더 자주 보게 되고, 사진을 찍어 남겨두기도 한다.


관음죽은 처가에서 분양해 주었는데, 2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화분 하나가 세 개로 늘었다. 분갈이를 하고, 뿌리를 나누어서 넉넉한 화분에 심어주면 다음해에는 어김없이 새로운 가지를 올린다. 대나무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새 가지는 더 크게 자란다.


너무 번식하는 것 같아 몇 년째 분갈이를 안 해 주고 있다. 그랬더니 작은 가지만 살짝 올라오고 더 이상 크지 않는다. 전체가 생존하기 위하여 새로운 가지는 성장을 멈추는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분갈이를 해 달라는 무언의 항의 표시로 잔가지를 새로 올리는 것 같다. 내년에는 화분을 새로 장만하여 식구를 늘려주어야 하려나 보다.


관음죽의 꽃 모양은 익숙하지 않다. 자주 볼 수 없어서 그렇다. 끝 부분에서 두 개의 꽃대가 올라오는데 참 신기한 모습이다. 거친 몸통에서 푸르고 곧은 잎사귀를 늘려가는 것도 놀라운데, 가녀린 모습의 분홍빛 꽃이라니! 


관음죽은 공기 정화능력도 뛰어나고, 일조량이 많지 않은 곳에서도 잘 자라면서 꽃말이 ‘행운’이라서 집과 사무실 등에서 많이 키운다고 한다. 책상 옆에 자리하여 언제나 꼿꼿하게 크면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은 친구이다. 20여 년간 여러 번의 이사에도 늘 함께하고 있기도 하다.


꽃 하나가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집안의 자잘한 좋은 일도 이 꽃과 연결하여 생각해 보며, 가족들과 웃을 수 있으니 정성을 들인 보람이 조금 느껴지기도 한다.


행운은 나눌수록 좋다고 한다. 보는 것만으로 나눌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꽃을 보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행운이 함께 하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조금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당장의 행운보다 멀리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이 더 크고 오래할 수 있도록 반려식물을 가까이 하라고 권하고 싶다. 식물들이 비록 사람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감정 표현은 잘 못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가까이 할 때 분명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나는 이 행운의 분홍빛 꽃을 관음죽이 나에게 보내는 좋아하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도 오래 같이 하자고 조그맣게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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