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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웨이즈 정은미 Dec 15. 2021

정신이 사라진다는 것

사는 것은 어떤 걸까?

사는 것은 어떤 걸까?


며칠 전 아빠 전화.


“강원도 큰아빠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갑대..

검사 결과 나오는 날에 올라가볼라하는데,,,

그,,집에 와서 봐주는 거 있재..


“요양보호사 말하나?”


“어 그거. 니 그런 거 쫌 알아봐 줄 수 있째?”


“어떠신 건데?”


“몰라, 나도 가봐야 알지. 병원은 갔었고, 결과 나오는 갑더라.”



강원도 큰아빠는 아빠와 외모적으로 많이 닮으셨다.

무슨 이유인지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명절 때만 가끔 보던 사이긴 했으나

그마저도 못 보던 시기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지역적으로 멀기도 하고,

다른 친척들을 보며 살 마음의 여유가 없으셨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 10년 전쯤?(아닐 수도 있다) 재혼을 하셨다.

듣자 하니, 전 큰엄마가 아기를 못 가지셨다고..

어릴 때 큰엄마 모습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다시 시골에 오시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낳고부터이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새 큰엄마.

큰아빠는 50대에 첫 아이를 품에 안았다.

2년터울의 둘째도 낳았다.


핏줄 때문인 것도 작용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참 순하고 밝아서 이뻤다.


아이들을 보며(내가 결혼하지 않았을 때부터)

저런 게 정말 행복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건강관리에 엄청 신경 쓴다며

영양제를 엄청 먹는다는 이야기...

아이들과 잘 살기 위해 교회를 간다는 이야기...


잠깐잠깐씩 뵙을 때, 귀로 들려왔던 이야기들이 겹치며

아빠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 형수가 일을 하니까 봐줄 사람이 없어서 요양병원도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

네가 좀 알아봐라.”





 할머니는 치매로 돌아가셨다.

요양병원에서 2년 정도 있으셨던 것 같다.


그때, 아빠는 병원을 옮기기도 하고,

거기 직원들과 싸우기도 했다.


어떤 약을 어떻게 넣는지 갑갑해하기도 하면서..

 과일이나 과자를  가서 간호사분들에게 주기도 했다.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던 아빠는

형이 그곳에 가는 게 극도로 싫다는 의지가 보였다.



화요일 아침, 급하게 전화를 끊고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명 남짓한 공간에서

크게 기대를 안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혹시.. 방문 요양사님 오시게 하는 거 조건 같은 거 아시는 분 계실까요?”

저희 큰아빠가…(설명)”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현재 요양센터에서 일하시는 인친 분이 계셨다.

저에게 DM을 남겨주셨다.

통화를 하고,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일단, 병원에서의 등급이 필요하고 등급에 따라

가까운 요양센터에 전화해서 3-4시간 국가지원을 85% 정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도 케어를 원하면

시급으로 계산해서 드리면 된다고 들었다.






나는 당장 어린아이들이 떠오른다.

큰아빠가 연금이 나오는 직업을 가지고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든다.


반면

아빠는 남아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겠지.

죽는 사람이 불쌍하지.

라고 말하신다.

그 순간 아주 죄송했다. 내가 너무 배려가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나도 언젠가는 아니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말이다.





다시

사는 것은 어떤 걸까?


누군가는 너무 아등바등 살 필요 없다.

누군가는 때가 있다.

누군가는 현재를 즐겨라.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노력해라.


오늘은 조금 허탈감이 느껴지기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겠지?


사는 것은 어떤 걸까?

죽는 것은 어떤 걸까?

살려고 살다 보면, 죽음에 더 가까이 있다.


잘 살아보려는 건

어쩌면 잘 죽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괜히 이 전화의 끝은

아빠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아빠! 맨날 티브이만 보지 말고.... 쫌.."


달리 대책이나 예방법을 모르겠고,

걱정만 앞서는 게,

아빠의 유일한 취미를 건드리고 마는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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