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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웨이즈 정은미 Jun 11. 2021

나는 부족한 엄마이다.

1시간 20분


"뜰겁게 뚬을 추다가 그대로 멈떠라!"



오늘도 베개를 안고 뒹굴거리며 어둠 속에서 노래를 한참 부른다.

참 귀여운 목소리가 귀엽게 들리지 않는다.


"자자 이제~~"

"눈 감고~~"


정확히 1시간 20분 동안 어둠 속에서 아이를 재웠다.

재웠다기보다 본인이 잠이 들었다.






이제는 30개월에 들어섰다.

아이가 자기 전까지, 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옴을 느꼈다.

아이는 컸고, 내가 딴짓(?)을 하면 이불속으로 들어와 씩 웃기도 하고

자라고 하면 자는 척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실제로 자지는 않는다)

아예 나도 같이 잘 준비를 하고 들어가면 난 또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내가 먼저 잘 때도 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된다.

내 상황 내 기분에 따라가면 안 된다고 반성한다.

그냥 아이 재우는 것만 집중해보려고 노력해본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당장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거나, 내가 너무 피곤하다거나

재우는 그 시간이 너무 지루하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재울 때마다 아기가 빨리 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동시에 미안하다.

이렇게 밖에 생각을 못해서.

나는 정말 엄마의 마음을 가진 것인가?

내가 조금 모성애가 부족한 인간인가?


그리고 자는 걸 확인한 후, 아이의 사진을 본다.

사진을 보고 웃고 있다.

"왜 이렇게 귀엽지"

다시 자는 모습을 본다. 볼 통통, 속눈썹은 길어서, 발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피식하고 웃는다.





이렇게 나는 기분이 오락가락함을 하루에 몇 번씩 경험한다.

옷 갈아입기 싫다고 30분이상 실랑이를 벌리거나, 밥을 먹을 때 바닥 곳곳에 반찬이 흐르고 있다거나

반복되는 상황 속에 나는 좀 더 빨리 화가 나고 만다. 화를 참으며 아이를 본다.

그러다가 목욕을 하고 뽀얀 모습이나, 새로운 말을 배워서 할 때는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웃음이 난다.


나는 약간의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우울한지는 체크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육아는 참고 참아 우울이라는 새로운 걸 몰고 왔다.

다른 사람들은 책을 통해, 일을 통해, 취미생활을 통해 극복한다고들 한다.

나는 일을 하며, 생각을 조금 다른 곳에 두는 것으로 훨씬 좋아졌지만, 극복이란 단어는 아직 맞지 않는 거 같다.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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