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러닝일기
2024년 06월 11일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다.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났다. 어제는 밤 12시쯤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 잠이 모자라서, 눈뜨기가 약간 힘겹다. 그래도, 6월은 일찍 해가 떠 있고,
몸을 일으켜 세워보았다. 아침에 5km 러닝을 하고 싶고, 다녀와서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하고 싶었다. 소금물 양치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배가 편한 레깅스에 뉴발란스 러닝셔츠와 바람막이 핸드폰을 둘 허리벨트 새로 산 무릎보호대, 스마트워치까지 할 게 많다.
모자까지 쓰고 나면, 세상 멋진 러너가 된 거 같은 착각이다.
상상 속의 나는 근육질의 건강미 가득하고, 허벅지가 짝짝 갈라져 있는데, 60kg 작고 통통한 40대 아줌마이다. 이제 나가본다!
보통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대가 이른 아침이거나 늦은 저녁 시간으로 나뉘는 것 같다. 나는 보통 저녁 시간에는 7살 아이의 밥을 차려주고, 한글공부를 같이 하고, 못다 한 집안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가 새벽 달리기였다.
새벽이라는 시간은 고요하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사람들의 고요함이 적막이라는 베이스를 깔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6월 여름의 시작이다. 해는 이미 떠 있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러면서도 조용하고 맑은 기운이 내 뺨을 감싼다.
새벽 6시가 안 된 시간에도 사람들은 많이 나와 있다. 나같이 러닝 하는 사람들도 있고, 강아지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나오셔서 걷기 운동하시는 분도 있고
야외 헬스기구에 운동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혼자 달릴 때는 거의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호흡 소리에 집중된다. 너무 팔을 움직여서 힘을 더 쓰지 말자 혹은 등이 굽지 않았는지 정도만을 살피는 것 같다.
손, 팔, 다리를 컨트롤하면서 조절의 순간순간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나오는 자유를 느낀다.
사람은 독립의 자유영역과, 동시에 친밀감, 유대감을 가지고 싶어 하는 상호작용의 영역이 충족되어야만 한다고 한다. 최근 3년간은 두 번째 영역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예전 한 커뮤니티에서의 한 명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도 약간씩 멀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일단 내가 느끼는 감정이 편하지 않다는 것도 있었고, 나름의 배려의 차원으로 내가 말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어떨 때는 억울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내가 관계를 못 맺는 사람인가를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관계였나 보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사람은 괜히 미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부담되거나 어떤 목적이 있어서 끌려 다니는 관계는 어느 날 갑자기 끝나도 이상한 관계가 아니다. 관계라는 건 같이 있을 때 편하고, 좋은 사람이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자유영역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자발적 고립을 택하고 지냈던 날들이 있었다. 모든 오픈 채팅방을 정리하고, SNS를 중지하고, 약속을 잡지 않았다.
그렇게 6개월을 동굴 속에서 보낸 후에,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하고 우연한 기회에 달리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며칠 전 만난 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예전의 그 열정 넘치고 바빠 보이던 언니가 좀 바뀐 거 같아요.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대게 평온해 보여요. 지금이 좀 더 편해 보여요 언니~"
혼자 달리면서는 나를 마주하고, 다독이며 에너지를 회복한다.
그리고, 목표한 시간이나 거리에 도달했을 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 겹 쌓인다.
가끔은 함께 달리기를 할 것이다. 혼자서는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을 하게 해 주고, 나를 달리기의 세계를 인도했으니 말이다. 함께 발맞춰주고, 뛰어주던 사람들의 따뜻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