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바지의 기억

by 다글쌤

아빠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생각한 아빠와 딸의 관계에서

아빠는 정말 무심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거든.

어릴 때 생각하면 말이야. 음.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기억으로는 아빠는 늘. 페인트가 묻은 허름한 바지를 입고 새벽에 나간 기억만 나.

먼가 대화를 했다거나, 얼굴 보며 웃었던 기억은 없어.

나는 그냥 학교를 다녔어.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까

아빠는 나를 위해

그 허름한 바지를 입고, 일만 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

아빠는 그때부터 나와 동생 등록금을 모으고 있었던 거지.

남자 혼자서 자식 둘을 키워보려

맛있는 밥 한 끼도, 사람 만나러 것조차

사치라고 느꼈지?


술을 못 마시는 아빠가.. 미안한데 너무 감사해.

내 감정으로 혼 날일만 있었지.

아빠 감정으로 마음 다친 적은 없어.


나는 그저 사춘기 미성숙한 소녀였나봐.

나를 따뜻한 눈빛으로 봐줬으면 좋겠고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그건 정말 너무 내 관점이었던 거 같아.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


아빠!

공부는 안 했지만 삐뚤어지기는 싫었던 거 같아.

아빠 눈치는 항상 봤었어.

잘하고 있는 척하기도 하고...

엄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좋았던 거 같아.

무서워서 멀 못하겠더라니깐.


아빠의 40대 한 살 한 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

아마 일한 기억밖에 없을 거 같아.

평생 일만 하고, TV 보는 게 유일한 낙인 아빠.

어떻게 노는지 까먹은 거 같아서 말아야.

떨어져 있는 자식 마음 놓이게 부탁 좀 하자.

오늘은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고, 바람 쐬고 왔다.

이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

맨날 집에만 있지말구 말이야.


부산 가면

바지 이쁜 거 사줄게.

아빠 좋아하는 80% 세일하는 동네 아웃렛 가서 실컷 고르자!


고마워.

온 힘을 다해 나를 키워줘서.

보고 싶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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