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조각
나는 낡은 책 한 권이다
겉장은 해지고 빛은 바랬지만
그 속엔 아직도 불꽃같은 문장들이 숨 쉬고 있다
시간은 내 종이를 누렇게 만들었고
사랑했던 이들은 책갈피처럼 내 안에 끼워졌다
웃음으로 접힌 페이지도
눈물로 번진 문장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여전히 지독한 사랑을 쓰고 있지만
세상의 마음은 굳어버린 책장처럼
내 불꽃을 읽어 내려갈 이가 드물다
그래서 상처는 늘 내 몫이었다
나는 닳아도 꺼지지 않는 이야기인데
그들은 마지막 장을 열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기다린다
언젠가 누군가 빛바랜 표지를 조심스레 펼쳐
내 모든 문장을 끝까지 읽어줄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