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조각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단풍이 떠오른다
푸르던 잎은
더 이상 푸를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빨강과 노랑으로 천천히 물들어간다
숨겨져 있던 색을 드러내는 그 과정 속엔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용기가 숨어 있다
잎이 흩날리는 건 끝이 아니다
다시 살아내기 위한 준비일 뿐
단풍은 사라져 가는 순간에도
끝내 아름다움을 남긴다
우리는 붙잡는 법만 배워왔지만
단풍은 말한다
놓아야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이별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떠남 속에도 소중함은 남고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도
그 순간이 소중했기에
마음은 아직 따뜻하다고
가을의 단풍은
스스로를 지켜내는 용기와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을
조용히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