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졌다고 위축되지 말자
얼마 전 고전문학 한편을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작가를 대문호라고 칭하고,
내가 읽은 그 작품을 칭송한다.
하긴 그러니까 출간된 지 80년이 되었어도 사랑받지.
내가 좋아하는 한 작가는 심지어
이 작품을 읽고 심장이 뒤집어졌다고 까지
표현했어서 큰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쭉쭉 읽어나갔다.
초반엔 너무나 감동적인 문구도 나오고
전개도 빨라서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점점 읽어나갈수록 주인공의 삶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다른 이들의 평을 보니 그 주인공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내가 느낀 바는 자유로운 삶이 아니라
책임지기 싫어하고 말 많은 삶이라고 느껴졌다.
주인공과 동업하는 화자가 걱정됐다.
이럴 때 되게 애매하다.
노벨 연구소에서 선정한 최고의 책,
유력 언론사에서 100대 문학으로
선정된 걸로 보아하니 문학사적으로
분명 가치 있는 작품인데
왜 나는 그만큼의 감흥을 얻지 못했을까.
대한민국 특유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나,
괜히 위축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감명받은 거지?'
'이거 재미없었다, 별로였다고 이야기하면
날 무식한 사람처럼 보려나?' 등등.
그런데, 갑자기 마음 한 구석에서 반감이 생긴다.
(아무도 시비 안 걸었음에도)
'아니, 저마다 다 생각이 다른 건데 난 재미없을 수 있지'
사실 나는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작품들 중에서도 그런 게 많이 있다.
가볍게 표현하면 '내 스타일 아닌데',
좀 더 재미없었으면 '이게 대체 왜',
정말 재미없었으면
'이거 진짜 과대포장 된 거 아니냐.
유명해서 유명해진 거 아니야'.
영화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나라 천만 돌파 영화 중에서
'이게 왜?'라고 생각한 영화가 한두 개가 아니다.
억지 감동, 지나친 홍보, 상영관 독점 등등
천만 관객에 올라가는 과정도,
영화 내용도 별로인 게 몇 개 있다.
영화도 문학작품과 똑같다.
별로라고 말하면 사방에서
'너 영화 볼 줄 모르는구나' 같은 반응이 나온다.
내가 틀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는 남들과 다른 의견을 표하면
대번에 어른들의 지적이 날아왔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라면서 말이다.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아닌 건가?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게 무조건 좋은 건가?
평범과 다른 발상을 하는 건
접점이 하나도 없는 이야기다.
그렇게 살다 보니 무조건 통일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게 맞다는 식으로 커왔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존중하고
그러한 토론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걸
추구하는 외국의 문화와는 전혀 다르다.
내가 어렸을 적 이런 광고가 있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우리나라 교육체계에서는
그런 사람이 결코 나올 수가 없었다.
지금 10대와 20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세대와 윗세대들은
싫어도 싫은 내색 못하고
좋아도 좋은 내색 못하고 자랐을 것이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적극적 의사표현은 잘못된 것인 양 교육을 받는다.
생각해 보면 참 부질없는 교육 아니었나.
특히 문학작품을 가지고 진행된 수업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선생님들도 그렇고 참고서에서도 그렇고
'화자는 감정을 ~~에 이입하여',
'작가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몇백 년 전 작가에게 물어봤을 리 만무하고,
여러 가지 의견 중 다수의 의견이란 이유만으로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가르치고,
심지어는 잊어버릴까 염려스러웠는지
시험문제에 대놓고 물어본다.
다른 답? 그런 건 있을 수가 없다.
한국식 문학 수업에는 정답이 있으니까.
그렇게 교육을 했어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단 건 인정한다.
모두가 힘들고 못살던 시절,
단일대오를 형성하여 빨리 교육을 받고
인재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그 시대에는 맞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부강한 나라가 되었고.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효율성을 위해, 많은 인원들을 빨리 가르치기 위해
획일화를 강조했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학령인구도 대폭 감소했고
개개인의 다양한 사고력을 키워줘야 하는 시대다.
AI가 영원히 인간을 못 이기거나,
이기더라도 마지막으로 이길 분야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 예술의 원천인 창의적 발상,
우리는 서로의 그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