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뭘 해야 하지

고요하지만 신속하게..

by 레지널드

모든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심지어는 아침에 일어나서

일상적인 루틴을 행하면서도

가끔은 변수가 생긴다.


뜻밖에 발생한 일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어 새로운 시도를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지고 와

일을, 때로는 하루의 기분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극한의 상황에 닥치면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

라는 말은 어쩌면 변수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일게다.


그런 관점에서 사람을 평가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번 생각해 봤다.

솔직히 고백하면 난 그런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을 했던 일이 많았다.

어렸을 때 특히 그랬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어쩔 땐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래도 뭐 그건 어렸을 때의 일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사회생활 초창기에도 그랬던 적이 있다.

그런 변수들은 대개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내 실수에 의한 것,

하나는 정말 뜻밖의 사고에 의한 것.

그때마다 나의 반응은 그냥 화내기만 했을 뿐이었다.

내가 당장 화를 낸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화를 내면 당장의 속은 후련했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적어도 나는 내 감정에 솔직했다'는

정신승리를 할 수 있어서

화를 내는 내 모습에 큰 반성이나 후회는 없었다.

그리고 화를 내면 주변 사람들이

내 기분을 맞춰주기도 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철저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woman-7192851_1920.jpg 출처: 픽사 베이

몇 년 전, 나는 일을 하다

타 부서 직원의 실수 때문에 무척 화가 났었고

여느 때처럼 그걸 분출했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다음날에도 난 직장에서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후로 며칠 동안

내 담당 상사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인가 싶어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당돌하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나한테 왜 그러냐고.

그러자 그는 나에게 일장연설을 시작했는데,

뭔가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는

"내가 당신 친구도 아니고 상급자고,

나이도 훨씬 많은데 내 앞에서

그렇게 화를 내는 건 날 무시하는 건가?

그리고 화낸다고 일이 해결돼?

그날 그일 가지고 내가 뭐라 한적 있냐.

나는 그 일이 아니라 당신의 태도가 실망스러웠다"

라고 말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재밌는 건 그렇게 일침을 들었음에도

나는 저 상사가 나에게 지나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헌데,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는 무슨 일이 생겨도 화를 내지 않고

변수가 생기면 바로 어떻게 하라는 지시만 내릴 뿐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몇 달 동안

나는 화를 내지 않는 연습과 동시에

새로운 습관하나를 들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 것.

눈을 감고 내가 무엇을 해야 일이 해결될지 생각했다.

길게 할 필요 없이 딱 10초만 눈을 감고

생각을 하면 신기하게도 차선책이 떠올랐다.

그렇게 몇 달을 지냈다.

어느 날은 그 상사가 나에게 와서 농담을 던졌다.

그러고 더 며칠 뒤엔 술 한잔 하자는 말을

나에게 건넸고 둘이서 술 한잔 마셨다.

술자리에서 그때 그 사건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달라지려고 노력한 게 저 사람의 눈에 보였고

그걸 좋게 봐줬다는 걸.

그 후 몇 년간 그 사람과 함께 일하며 정말 많이 배웠다.

그 사람의 업무능력, 사람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 자리에 오르면,

누군가를 밑에 두고 일하게 된다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

그분에겐 이직을 한 지금도 종종 연락을 드린다.

hand-4682746_1920.jpg 출처: 픽사 베이

그날의 일침은 나에게 정말 좋은 약이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정성스럽게 쓴 글을

통째로 날릴뻔한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었다.

예전이었으면 아마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책상을 내리쳤거나 베개로 입을 막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침착하게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검색했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단어를 바꾸고,

배열을 바꾸면서 계속 검색했다.

그러다 한 방법을 알게 됐고

그 글을 되살릴 수 있었다.


속으로라도 욕 한번 하지 않은

나 자신이 어찌나 기특했던지..

화를 낸다고 일이 해결되면 백번이고

화를 내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이제는 잘 안다.

얼른 차선책을 강구하고 떠오르면

조금이라도 지체하지 말고 시도해 보고

안되면 또 찾아봐야 한다.


화낼 시간에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고요하면서도 신속하게..

변수에 대응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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