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이 좋다

by 레지널드

인터넷 커뮤니티를 좀 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오히려 좋아' 밈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정확한 기원은 잘 모르겠으나

누가 봐도 최악인 상황에서 자기네들끼리

'오히려 좋아'라고 하면서

아무 보잘것없는 무언가를 찾아내

정신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야구경기 중

우리 팀 투수가 초반부터 난조를 겪어

5회도 안 됐는데 10점 차로 지고 있을 때

"오히려 좋아. 이런 날 주전들 다 빼고

비 주전들 출전시켜서 경기 경험 쌓게 하는 거지"

라고 하면서 말이다.


'오히려 좋아' 밈은

약간의 웃음거리가 포함된 것이라면

이것보다 조금 발전한 게 '원영적 사고'다.

이건 온라인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자주 언급됐으니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럭키 비키'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원영적 사고에 대해 알고 나서부터

나는 장원영의 팬이 됐다.


이번 글에서는 나만의

'오히려 좋아', '원영적 사고'를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그렇다. 여러분들 다 아시는

긍정적 사고의 장점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부디 그냥 뻔하다고 생각진 말아 주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늘 부정적인 소리를 달고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생각 또한 그런 생각만 했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런 상황을 가정해서 항시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건 좋다고 본다.

문제는 과거의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 좋은 경우를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나에게 늘 스트레스였다.

고등학교 때 보다 더 심했다.

고등학교 때는 내가 좋아하는

역사나 사회과목들이 많아서

그냥 이해하면서 교과서를 읽고

시험 범위가 많아도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데 대학교와 서는 차원이 달라졌다.

다른 글에도 썼지만 나는

전공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니 시험을 앞두고는 머리가 터졌다.

숫자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과목이 있으면

난 겁부터 먹었다.

문제는 걱정만 하고 공부를 하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는 핑곗거리만 찾았다는 점이다.

적성에 안 맞아서, 난 문과출신이라서 등등..

내가 조금이나마 정신을 일찍 차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면

걱정하는 것보다 단 한 페이지라도 읽는 게

도움이 된다는 당연한 진리를 실천했을 텐데 걱정만 했다.


전공선택을 잘못했다고 학교 다니던 내내

한탄만 할게 아니라 '까짓 거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덤벼들어 내 적성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아니면 과감히 학업을 중단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던가 했어야 하는데

그냥 걱정, 후회만 하며 살았다.

그렇게 20대 절반을 보냈다.

다운로드.jpg 행운의 상징 2달러 지폐 - 출처: 서울신문

그러다 언제 한번 '긍정과 감사'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는 조금씩 변했다.

강의의 요지는

'인간의 뇌는 속이기 쉽다. 현재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내가 말하는 대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였는데 속는 셈 치고 몇 번 따라 했다.


물론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람이 바뀌겠는가.

매일 아침마다 '나는 운이 좋다'를 외치고

출근을 하고 업무 시작 한 시간 만에

'저 인간을 패고 그냥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부지기수였다.

그럼 나는 또 후회스러웠던 과거를 꺼내며

'아 그때 그냥 학교 그만뒀어야 했는데'라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게 얼마나 나와 내 주변사람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행위인지 그땐 몰랐다.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내 머리숱은

스트레스로 남아나질 않을 것이고

얼굴은 항상 분노가 가득 차있는 사람으로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박적으로

'나는 운이 좋다'를 되뇌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화가 가라앉았다.

회사 일도, 사람 간의 관계도 다 푸르게 보였다.

어둡고 흐린 화면으로 꽉 채워진

내 마음이 정화되기 시작했다.


안 좋은 상황이 생기더라도

습관적으로 일을 해결해야 하는 방안과

여기서 내가 얻은 것들을 찾아낸다.

화가 나거나 억울한 상황이 생길 때,

늘 여유 있게 나 자신을 방어하는 힘이 생겼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내 수명을

몇 년이나 연장시킨 마법의 주문

'나는 운이 좋다'.


이제는 신호등을 기다리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와 같이

혼자 있는 순간에도 습관적으로 되뇐다.


최악의 상황은 '해볼 만한 상황'으로 바뀌고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일과는 '선물 같은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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