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여름 간식, 팥빙수에 대하여
매년 이맘때쯤 언론에서 꼭 다루는 뉴스가 있다.
모 호텔의 망고빙수가 올해는 몇 퍼센트 올랐는 지다.
패턴은 늘 비슷하다.
작년에 비해 얼마가 올랐으며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그럼에도 대기자가 많다, 다른 호텔들도
줄줄이 인상할 것이다 등등.
가만 보면 먹거리 가격인상은 언론이 이런 식으로
(괜히 호들갑 떨어서) 주도한다는 느낌이다.
그 호텔의 망고빙수는 먹어보지 않았다.
그 가격에 빙수를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빙수는 빙수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다른 재료 필요 없다. 그냥 팥만 맛있어도 된다.
거기다가 연유만 있어도 감사하고,
얼음이 우유라면 더 감사하다.
어렸을 적, 집에서 팥빙수를 만들어먹기도 했다.
통조림 팥과 연유, 과일통조림, 시리얼을 넣고
선풍기 앞에서 먹으면 참 행복했다.
만든 직후에 먹는 것보다 조금 녹아서
약간의 물이 생겼을 때가 더 맛있다.
주재료가 팥이 아닌 다른 재료인 빙수는
성인이 되어 처음 먹어봤다.
지금은 사라진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딸기 빙수였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먹다가 멈췄다.
'밖에서 파는 빙수는 맛이 없다.
집에서 내 맘대로 먹는 게 최고다'
라는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빙수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겼다고 하여 가봤다.
'뭐 뻔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비주얼이 나를 확 잡아당겼다.
정말 팥에 충실해 보이는 외형은 일단 마음에 들었다.
기대에 찬 마음을 갖고
숟가락으로 조금씩 비비는데 자세히 보니
얼음색도 지금껏 봐온 얼음색과는 조금 달랐다.
조심스레 입에 넣는 순간, 혀가 깜짝 놀랐다.
내가 여태껏 밖에서 사 먹어본 빙수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내 생에 첫 우유빙수는 이렇게 강렬히 뇌리에 남았다.
카페는 이후로도 쭉 성업을 이어나갔고
해외 여러 나라에도 진출하였다.
이 성공사례는 국내 빙과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이는 다양한 종류의 빙수가 만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각종 과일류는 물론, 카페/아이스크림 업체마다
타 식품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여러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라고 쓰는 게 맞지만
나는 너무 많은 제품개발이 지나친 가격상승을 불러왔다고 본다.
앞서 말한 호텔 망고 빙수는 논외로 치자.
그건 서민들이 쉽게 사 먹을만한 메뉴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길거리 곳곳에 있는
카페와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은 사정이 다르다.
나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자주 가는 곳인데
그곳에서 파는 메뉴의 가격이
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상승된 게 문제다.
'프리미엄 OO빙수'라는 말도 어색하다.
빙수는 빙수다워야지.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음 편히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빙수 하나를 둘이 먹는데 인당 7천 원 이상을
쓰는 건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름에는
어렸을 적의 추억도 떠올려볼 겸
집에서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먹어볼까 한다.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근. 본 팥빙수'가 먹고 싶어서다.
어딜 가나 온갖 재료가 올라온 빙수만 있거나
원하는 빙수를 찾아도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느낀 적이 많아서
그냥 속 편하게 내가 만들어 먹어야겠다.
팥만 맛있어도 빙수의
퀄리티가 확 올라간다고 난 믿는다.
기술이든, 음식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