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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내용만 담자

재난문자가 스팸문자처럼 느껴지면 안 된다

by 레지널드

얼마 전, 서울에선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아침부터 도로통제 및 위험 지역을

알려주는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오늘 정말 비가 많이 오려나보다' 생각하며 출근했다.


신나게 일하던 오전, 또 한 번 문자가 온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보니

아침과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진동으로 해놓지 않은 사람들의 휴대폰에선

날카롭고 듣는 이에 따라서는 무섭게 느껴질 법한 소리가 울린다.

거의 대부분은 슬쩍 휴대폰 화면을 보고 다시 닫는다.

문자의 내용은 아침에 받은 문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보내는 주체는 다양하다.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 경찰청 등등..


내가 기억하는 내 첫 재난 문자 또한

기상이변(지진)에 관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폭설, 홍수, 폭염 같은

자연재해에 관련한 문자가 계속 왔었다.


그런데 정확히 코로나를 기점으로 이 재난 문자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가 크게 변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국'이라고 불리던 그 시절,

연일 정부기관, 지자체에서는 당일 확진자가 몇 명이며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디를 방문하신 분은 보건소로 와서 검사를 받으라'

등등의 문자가 날아왔다.

코로나의 정확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던 시절,

우리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무척이나 걱정했는데

연일 발송되는 재난 문자는 우리의 두려움을 더 증폭시켰다.


재난문자의 종류는 더 다양해졌다.

실종된 사람을 찾는 문자에서부터 인근 지역의 큰 사고,

멧돼지 출현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생각한다.

실종자 찾기 같은 경우는 이러한 문자가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뉴스도 접했었고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다.

또한 해마다 홍수나 산불로 인해 인명, 재산피해가 극심한

우리나라의 현실상 이러한 재난문자는 필수적이다.


다만 이 재난문자를 조금 효율적으로

보낼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앞서 잠시 썼지만 비슷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너무 많은 기관에서 발송한다.

서울에 거주하고, 직장도 서울인 나에게

경기도청에서 문자를 보낸다.

여기에 더해 인근 구청, 경찰, 소방, 정부까지 합세한다.


이런 사회적 소음, 피곤함 외에도

문자 발송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처음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사람들은 경각심을 갖고

내용 또한 주의 깊게 읽어볼 것이다.

하지만 그저 그런 내용의 문자가 여러 개 온다면

더 이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할 것이고,

경각심을 고취시키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어긋나게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있다.

내 주변에는 아예 문자를 차단해 버린 사람도 몇몇 있다.

아주 위험한 처사다.


이런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또 이러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문자를 보내는 기관을 명확히 규정지어

정말 중요한 핵심적인 내용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실종 같은 경우엔 지자체가 할 것인지

아니면 경찰이 할 것인지부터와

중앙정부에서 발송한 내용과 비슷한 문자는 지자체가

보내지 않는다든지 하는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


사람들의 짜증과 무관심만 불러일으키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짜 중요한 내용이 왔을 때

사람들 슬쩍 쳐다보고 마는,

더 심각한 상황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문자의 종류를 줄이자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종류를 다양화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굳이 알려야 할 일은 아니겠지?'

'설마 이것 때문에 누가 다치거나 죽겠어?'

라는 생각이 이미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기에.


다만 이게 정말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제도가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사람들이 무감각해지고 관심을 놓는 순간,

재난문자는 스팸 문자 수준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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