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월요병 극복기

생각을 달리하면 문제도 달라 보인다

by 레지널드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후는 차이가 매우 크다.


토요일 오후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긍정적이다.

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내일 하루 종일

그걸 하면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는 다르다.

뭘 하든 신중해진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다가도 이게

내일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 건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월요일이 힘든 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겪는 증상이란 건 잘 안다.


그래도 나는 유독 일요일 오후는 신중하게 보내는 편이다.


심지어 가족들과의 외식도 신중해진다.

워낙에 대식가인 나는 특히 가족들이랑 먹으면 더 많이 먹는 편이다.

그래서 '많이 먹으면 혹여나 내일 배탈이 날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가족들과의 식사도 가급적이면 토요일 오후를 선호한다.


앞서 '나만의 루틴'글에서도 썼듯이 나는

그래서 일요일 오후에 약속을 잘 잡지 않는 편이다.

저녁식사도 평소보다 훨씬 빨리한다.

오후 5시 즈음해서 식사를 마친다.

그런 다음은 철저하게 나를 위해서 쓴다.


결혼 전에는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영화를 봤다.

한 맺힌 사람처럼 한다. 평일날은 바쁘고 피곤해서 못할 거란 생각으로

게임은 앉은자리에서 2시간, 책은 최소한 절반 이상,

영화는 한편이 끝날 때까지 웬만하면 자리를 뜨지 않는다.


날씨가 좋은 날엔 걷기도 한다.

중랑천을 하염없이 걷는데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왕복 2시간을 걷는다.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할 때쯤 걷기 시작해서

어둑해질 때 돌아온다. 2시간을 걸으면

한 겨울이라도 약간의 땀이 나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마치고 나면 대략 오후 9시 정도 된다.

그 시간대부터는 이제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

그건 바로 잠과의 전쟁.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월요일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잘 못 잤었다.

사회생활 처음할 때는 이런 증상이 없었는데 몇 년 전인가?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월요일이 정말 두려웠다.

그래서 별짓을 다했다.

볼 때마다 어려워서 덮었던 책을 다시 편다거나

여러 번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본다거나.

술이 약한 편이라 술의 도움도 받아봤으나

이상하게 일요일 저녁시간대는 술을 마셔도

얼굴만 벌게지고 오라는 잠은 오지 않았다.


개그콘서트의 종료를 알리는 이태선 밴드의 음악이

고통스럽다던 학교 선생님들의 말이 떠올랐다.


일주일에 딱 한번 있는 이 귀한 일요일 오후,

더 이상은 이렇게 감정을 소비할 수 없다 판단하고

대책을 세웠다. 여러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


'일요일 오후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자'다.


게임도, 독서도, 영화감상도, 운동도

왜 나는 주중에는 못한다고 생각한 걸까?

사실 내가 시간만 내고 귀찮아 하지만 않으면

평일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 들이다.

딱 즐기는 수준으로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저녁식사도 생각을 바꿨다.

평일에 회식이 있는 날은 밤 10시가 넘어서도

술에다가 기름진 안주를 곁들인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건 일요일이건 회식날이건 마찬가지다.

내가 괜히 월요일은 일이 많다는 걱정에 사로잡혀 겁먹은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토요일 저녁처럼 많이 먹진 않지만 그래도

월요일을 생각해서 먹고 싶은걸 안 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식사 종료 시간도 오후 5시에서 7시로 대폭 늘렸다.


제일 중요한 수면, 이건 사실 정말 고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번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해보기로 했다.

잠이 안 온다고 해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면 더 잠을 못 잔다고

알려져 있어서 나 또한 아무리 잠이 안 오더라도 휴대폰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냥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

(화면은 눈에 피로도가 가장 적은 설정으로 해놓고)

뉴스도 보고, 위키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그러다 보면 잠이 든다.

정말 신기한 건 나의 뇌가 이걸 일과의 하나로 인식했는지

점점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당연하게도 취침시간도 평소 일요일보다 조금씩

빨라지더니 언제부턴가는 평일 취침시각과 동일한 시각에 잠이 든다.


나와 같은 증상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드리는 꿀팁!

일요일이든 언제든 관계없이 잠을 못 이루는 날

이런 생각을 해보시길 권해드린다.


"아 오늘 잠 진짜 안 오네. 내일은 완전히 꿀잠 자겠네"


사람은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이래서 선인들이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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