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났어도 사연과 여운은 남아있다.
어느 주말의 오후, 버스 정류장.
누군가는 목적지로 데리고 갈 버스를 기다리고,
누군가는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을 기다린다.
각자 이유는 달라도 그 순간만큼은 기다림을 공유하는 특별한 사이다.
이윽고 들어온 버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힘차게 버스에 올라타 카드를 대고,
만남을 기다린 이들은 뒷문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혼자, 혹은 여럿이서 뿔뿔이 흩어지고
남아있는 이들은 또다시 기다림을 시작한다.
초조함, 설렘이 교차하는 그 공간.
쳐다본다고 해서 빨리 오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실시간 위치가 담긴 화면을 바라본다.
저 멀리 버스가 보인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거장 앞으로 향하고
앉아있던 사람들은 몸을 일으킨다.
버스는 아까처럼 사람을 내리고, 또 태우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 정류장엔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들릴뿐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른 버스가 도착하려면 10분 정도 남아있다.
그 사이, 텅 비어있는 그곳엔 또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오게 될까.
잠시의 고요함이 끝나고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든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남자, 쉬는 날임에도 도서관으로 향하는 여자,
먼저 와서 친구를 기다리는 학생들, 친정엄마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등등..
'가서 뭐 할까?', '오면 뭘 해줄까?'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의 풍선은 점점 커지다가 육중한 버스 소리에 그만 터져버린다.
버스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지만 표정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까의 사람들과 같다.
설렘의 승차, 안도와 반가움의 하차.
버스가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은 사라지고 그곳엔 그들의 기억만이 남아있다.
거기에 가면 무엇을 할지 상상하며 행복했던 정류장,
너를 만나 더 빛날 내 하루를 그렸던 정류장.
많은 추억과 사연 속에 등장할 그 정류장에는 지금도, 앞으로도
사람과 사랑이 오고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