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활되어 조금이라도 정의를 구현시켜 보자
내 어렸을 적 최애 프로그램은 '경찰청 사람들'이었다.
그 나이대의 어린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나도 경찰을 꿈꿨고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울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 곧이어 흘러나오는 그 잊지 못할 BGM.
실제 경찰이 직접 나와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어색한 로봇말투로
"이런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까지 모든 게 다 재밌었다.
그 프로를 보면서 가장 무서웠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 코너는 공개수배 코너였다.
용의자의 실제 사진이 나올 때도 있었고
몽타주가 나올 때도 있었는데, 그 몽타주는
정말 기분이 나쁘고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한 범죄자가 빌라의 창문을 넘나드는
CCTV를 공개한 적도 있었는데 그 당시 화질은 지금과는 다르게
'저게 도움이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화질이었다.
그런데 그 저화질이 나에게 있어 굉장한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조금 크고 나서는 타 방송사에서
공개수배 사건 25시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여전히 묘하게 무서웠지만 그 프로그램도 무척이나 챙겨봤다.
다루는 사건들도 다양했다.
살인, 성범죄 같은 강력사건에서부터 사기, 위조지폐범도 봤었다.
갑자기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아쉬웠을 정도였다.
그랬던 프로그램이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또 부활했는데 1회 때부터 파장이 컸다.
1회, 첫 수배자가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그런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가지고 몇몇 언론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난 동의할 수 없었다.
이런 프로그램이 주는 공익성이 분명 더 클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검거된 용의자 및 범인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몇몇 사건들 중
몇 개는 후일 대한민국을 뒤흔든 연쇄살인범에 의한 사건도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프로그램은 또 한 번 폐지를 맞이했다.
그 이후론 더 이상 이런 유의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일부 기능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TV가 아닌 길거리에서도 공개수배범이 붙은
경찰 전단지를 보면 유심히 본다.
천하의 몹쓸 놈들이 다 모여있다.
살인에, 아동 성범죄에 정말
"밥은 처먹고 다니냐"라는 말을 내뱉고 싶은 인간들 투성이다.
그중에는 거의 20년 가까이 안 잡히고 있는 사람도 둘이나 있다.
나는 이런 공개수배 프로그램들이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다.
그때와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CCTV의 기능 발전은 당연한 것이고,
20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방송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
언제 어디서든 놈이 나타나면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세상이다.
또한 SNS의 발전으로 온갖 목격담이 속출할 것이며
확실한 건 당장에 범인을 잡지는 못하더라도
놈을 엄청난 화제의 주인공으로 만듦으로써
다시 한번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범죄자검거에 쓸 수 있는 무기의
양과 질, 모두 성장했다. 할만한 싸움이다.
공개수배를 하는 이유와 그 요건을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을 감안'이라는 표현이다.
한 사람의 얼굴을 전국에 공개하는 건
수사기관으로서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무 잘못 없는 사람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 수배를 한다는 건
그 사람이 범인인 게 확정적이고, 사건이 심각하며,
이 사람을 제때 체포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한다는 걸 의미한다.
고로, 다시 한번 이런 프로그램이 부활되어
조금이라도 사회정의가 구현되었으면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사람들은
20년 전보다 더 자극적인 요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은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검거율은 과거 방영 때보다 더 높아지리라 본다.
모방 범죄가 성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미 범죄사건에 대해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이나 개인방송은 넘쳐나고
범죄 못지않게 자극적이고 저급한 유해 콘텐츠는
널리고 널린 세상이 됐다.
오히려 관종 유튜버들이 방송에 소개된
공개수배범 잡아 나서는 아이템을 만들어 낼지도 모를 일이다.
나쁜 놈들이 발 뻗고 자는 세상을 근절시키는 그날을 어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