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도우면서 사는 사회
이번 주 중에 있었던 일이다.
이번에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팀플을 시켰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하루 세 시간 같은 내용의 수업을 한다.
수업내용을 준비하고 예상시간을 계산하지만,
어쩔 수 없이 첫 수업을 들어가는 반은 시간 계산에 변수가 생겨
준비했던 활동을 다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번주에 그랬다.
학생들에게 5개의 팀을 이루어 각 팀당 성매개 감염병을 한 가지씩 선택하게 하고
개인별 공부 -> 공부한 것 서로 공유하기(직소에서 착안) -> 전체 반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내용을 소개지 작성을 통해 가르쳐주는 활동을 기획했다.
나는 발표만 다음시간에 하고
이번시간에는 소개지 작성까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PPT로 기본 내용을 설명해야 했기에 노트북과
소개지를 만들 이젤패드와 매직 5통을 챙겨 수업에 들어갔다.
이젤패드와 매직은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팀활동을 할 동안 한번 더 교무실에 내려가서 가져왔다.
그러고 나니 짐이 한가득 많아져 혼자서 다 들기에는 무리였다.
이동완..
내가 이럴 때를 대비해 첫 오티 시간에 보건부장을 뽑아놨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남학생에게 물었다.
"보건부장 맞지 이름이 뭐였지?"
"보건부장 아닌데요. 걔 오늘 결석했어요."
"아, 그래? 그럼 학생 이름은 뭐였지?"
"싫어요. 안 알려드릴래요."
"선생님 이것 좀 같이 들어주라. 안 무거워 가벼워~!"
그리고 곧이어 종이치고 그 학생은 뒤도 안 돌아보고 쌩하니 뒷문으로 나갔다.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너무 황당해서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 반 반장이 착한 아이라 그 아이가 들어다 주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은 도움에 인색한 걸까.
선생님의 명령도 아닌 부탁에도 그렇게 쌩하니 대답도 없이 가버리다니.
마음에 상처가 됐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침이 됐다.
나는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 내리기 쉽게 되도록 끝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그래서 노약좌석과 장애인석이 바로 옆에 보인다.
그날은 장애인석에 전동 휠체어를 타신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전동 휠체어가 있구나 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전동 휠체어를 끌고 내 옆으로 오셨다.
나를 톡톡 치시더니 말씀하셨다.
"내가 편마비가 있어서 한쪽을 못써요. 지금 안약을 넣어야 하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을까요?"
나는 흔쾌히 "그럼요!"라고 대답한 후 바로 안약을 점안해 드렸다.
그러고 나서 "바쁘신데 너무 감사해요. 조금 있다가 다른 약 하나 더 넣어야 하는데 그것도 부탁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른 약을 점안 해 드렸고
"고마워요 아가씨"
할머니는 너무 고맙다며 연거푸 인사를 하고 장애인석으로 휠체어를 가지고 돌아가셨다.
나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라고 답변을 하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만약 신체 중 어느 한 곳이 불편했다면?
시각장애인이었거나 하다 못해 팔 한 개가 골절되어 깁스를 하고 있었다면?
도와드릴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전날 있었던 상황이 생각났다.
그래서 학생들과 수업시간이 조금 남으면 이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당 학생이 있는 반에서 이야기하면 혹시라도
마음에 찔림이 있고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학부모에게 이야기해서
우리 애 대놓고 망신 줬다고 신고 들어갈까 봐 첫 교시에 들어가는 한 반에만 말했다.
사실 첫 교시에 들어간 반은 수업태도가 가장 좋은 반으로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잘할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도움을 주기 전 망설이는 순간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고, 이제 오늘 선생님이 출근하면서 있었던 일을 말해줄게!
...(중략)
이런 일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선생님이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선생님이 장애가 있거나 다쳐서 있는 상황이면 도움을 못 드릴 수도 있잖아.
그런데 어제 선생님이 수업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한 반에 오늘 만든 소개지 재료를 다 들고 들어갔었어.
수업이 끝나고 다 들고 나올 수 없어서 한 학생에게 이름을 물었는데, 대답하기 싫다고 하고 곧이어 종이 치자 뒷문으로 쌩하고 나가버리더라고."
"싸가지"
한 학생이 말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그래서 선생님이 말하고 싶은 건, 여러분이 지금 고3이고 바쁘고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기꺼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할 수 있죠?"
"네"
모든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비록 모든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지는 못했지만,
메시지를 들은 아이들만이라도 세상을 좀 더 밝히는 빛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