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에 매일같이 드나드는 1학년 여자아이가 있다.
처음에는 진짜 아파서 왔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보건실에 오는 게 좋아서' 오는 것 같다.
응급환자 우선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피해가 생길까 봐
자주 오는 아이들은 담임교사 선에서 1차적으로 검열된다.
그 아이 역시 담임선생님께서 일과시간 중에는 보건실 방문 빈도를 조절해 주신다. (꾀병에 한해서)
그래서 일과시간이 끝나고 돌봄 교실에 가기 전,
누구에게 허락받을 필요도 없는 순간.
보건실에 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처 없이 넘어져 부딪혀 아프다고 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유도 없이 아프다고 올 때도 있고,
본인도 양심에 찔릴 때면 마스크를 가져가기 위해 들렀다.
그렇게 나는 그 아이가 오는 것의 중증도를 "경증"으로 보고 대했다.
그러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이다.
그 아이가 손가락에 밴드를 감고 왔다.
친구랑 장난치다가 벽에 손가락을 부딪혀서 손톱이 깨졌다는 것이다.
사실상 손톱이 깨진 경우는 다시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치는 드레싱 밖에 없기에
이미 밴드 드레싱을 하고 온 아이에게 추가적인 처치를 하지 않았다.
이를 본 담임교사가 보건실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상처 보셨어요? 다시 내려보낼게요."
본인이 붙여준 밴드가 그대로 붙여져 있는 것을 보고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 아이는 다시 보건실로 보내졌다.
밴드를 떼고 다시 다른 밴드로 교체하는데,
아이의 엄지손톱 외측에 먹이 들어 있었다.
발톱이 빠져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충격이면 손톱이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꾀병으로 왔을 때나 그때 진짜 아파서 왔을 때나 아이는 덤덤하게 자신의 아픔을 말했다.
드레싱 후에 학부모에게 전화해 상태를 설명했다.
상황설명은 담임교사가 마친 후였다.
타박상으로 손톱에 멍이 들었는데,
보통 기다리면 낫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손톱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병원을 꼭 가보세요. 라며 통화를 마쳤다.
학부모는 병원을 가보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그 아이는 반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담임교사가 안전공제회를 묻기 위해 전화를 하며 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안전공제회 담당이다.)
병원 가서 사진을 찍어보니 실금이 갔다고 한다.
추가적인 충격으로 인한 손상방지를 위해 반깁스 보호대를 적용한 것이었다.
그 상황을 마주하고 '쿵'하는 마음과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이는 약을 바르고 덧댄 거즈가 자꾸 벗겨져
그날도 보건실에 수차례 방문을 했다.
나는 전날 아이의 상처를 가볍게 생각한 것에서 오는 미안한 마음에
올 때마다 정성껏 드레싱을 해주었다.
이제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근무한 지 1년 하고 2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표현이 서툴고, 언제 어떻게 다칠지 모르는 초등학생과 매일을 함께한다.
그러기에 "경각심"은 매일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 덕목인 것 같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