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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손>

더더 시커멓게 붉어져만 가는 내

by 심야


두 손


출렁이는 얼굴을 두 손에 포개어

오지 않을 봄을 욱여넣는다

타닥타닥 치밀한 광란의 불꽃들은

나에게만 보이는 것


까만 두 손과 맞잡고 이룩한 축제와 공연

천국보다 진짜여야 할 드높은 행복의 나라

손에 손을 맞잡고 손뼉 치며 빙글빙글


먹잇감은 지상에 내려앉은 꼭두각시

신의 등장에 기겁하며 그간의 굶주림도

잃어버려 너나 할 것 없이 맨 발로

우르르 허겁지겁


가진 거라곤 두 손뿐이면서

기꺼이 똑 꺾어내 살포시

바구니에 담아낸다


한철 입꼬리 봄의 꽃밭이 활짝 피어

장작으로나 쓰일 토막으로 돌아올수록

더더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더더 시커멓게 타들어가는데

더더 시커멓게 붉어져만 가는 내

두 손


@imvitordin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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