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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후회(後悔)>

나는 나보다 인간을 더

by 심야


후회(後悔)


천상을 거닐다 무릎을 꿇는다

태산의 계시를 받으니

바닥에 몸이 척 붙어

눌리고 눌리다

평면 되고

아이들은 죽고 또 죽고

나는 힘이 없다


미리 엿본 수 만년 역사에

메아리 눈물 노을빛 비치는

신전을 꽉 채우다 쨍그랑

깨지며 바람 한 자락에

다시 새카만 정적의

문명은 무너졌고

과거는 잊혔고

태양은 뜨고 지고

나의 해는 저물고 또 저문다


절망이라 오해하고

증오라 착각하다

돌돌 말려있던 해를

눈앞에 다 펼친 후에야

들이마시던 숨이

후회였음을,


그러지 말 걸

그러지 말 걸 그랬다

인간을 만들지 말 걸 그랬다

나는

나보다 인간을 더 사랑했구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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