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보다 인간을 더
후회(後悔)
천상을 거닐다 무릎을 꿇는다
태산의 계시를 받으니
바닥에 몸이 척 붙어
눌리고 눌리다
평면 되고
아이들은 죽고 또 죽고
나는 힘이 없다
미리 엿본 수 만년 역사에
메아리 눈물 노을빛 비치는
신전을 꽉 채우다 쨍그랑
깨지며 바람 한 자락에
다시 새카만 정적의
문명은 무너졌고
과거는 잊혔고
태양은 뜨고 지고
나의 해는 저물고 또 저문다
절망이라 오해하고
증오라 착각하다
돌돌 말려있던 해를
눈앞에 다 펼친 후에야
들이마시던 숨이
후회였음을,
그러지 말 걸
그러지 말 걸 그랬다
인간을 만들지 말 걸 그랬다
나는
나보다 인간을 더 사랑했구나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