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불안한 그대에게
버스조차 다니지 않던 깡촌에서,
괴나리봇짐 하나 메고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38년.
직장을 두 번 옮기긴 했지만,
늘 금융권이 밀집한 같은 지역에서 일해왔다.
지금도 서울시청 옆 삼성빌딩을 지날 때면,
신입사원 시절 마음 졸이며 출근하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사진 속 스타벅스 간판 위,
작게 열린 창문 하나.
그곳에서 바라보이던 시청광장은
나에게 하나의 각오이자 다짐이었다.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
아내와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 시절은 길고도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작은 희망 하나
꼭 쥐고 있었다.
첫 직장은 국내 기업이었고,
1년 만에 외국계 금융사로 옮겼다.
그 이직은 주변으로부터는
박수와 부러움을 받았지만,
정작 나는 수습기간이라는 낯선 제도 안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특히 당시 상사는
3개월 수습기간 동안 나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한다고 수시로 언급했고,
그 말은 늘 나를 위축시켰다.
가족에게 큰 기대를 안기고 온 내게
"정식 직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은
매일을 삼키고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 작은 창으로 보이던
시청광장 위를 자유롭게 날던
비둘기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나도
저 비둘기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을까?"
그 창은 단순한 창이 아니었다.
불안한 나에게 말을 걸고,
조용히 위로하며,
다시 버텨보자고 속삭이던 창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결국 정식 직원이 되었고,
지금도 그 건물 옆을 지날 때면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그 작은 창에 시선이 머문다.
그 시절 내 안에서
피어난 희망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에도 마냥 두려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건물 지하에는
1967년부터 영업을 한 한국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칸티나(La Cantina)가 있다.
이병철 삼성 회장도 자주 찾았다는 이곳은
나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다.
가끔 귀한 손님을 만나러
이곳을 다시 찾을 때면,
예전보다 여유로워진 내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말했다.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 내리는 결정의 결과다."
아무리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으며,
바로 그 선택이 우리를 만든다는 그의 말은,
그때의 나에게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여전히 수많은 젊은이들이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고민하고 흔들릴 것이다.
나 역시 그 시절,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디든,
당신의 선택과 태도는
생각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불확실한 내일 앞에 위축되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단단히 세워가길 바란다.
어느 날,
당신도 문득 지나치던 건물 어딘가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있던
'작은 창'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