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다 마음을 바꿨다
대학생 때부터 이곳 미룡동에 살았다. 기숙사와 자취, 결혼까지 나는 19년간 이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다.
고등학교 동창 녀석에게 계속 지방에 있는 게 웃기지 않냐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나름대로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2009년 드디어 결혼 날짜를 잡고 이 집을 말끔하게 보수했다.
새로 바른 깨끗했던 벽지가 어느새 아이들의 낙서로 가득하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우리 동네. 은행과 병원을 가려면 멀어서 항상 툴툴 거렸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자동차 소리는 왜 이렇게 큰지. 복도식 아파트라 불숙불숙 드나드는 큰아이 친구들과 이웃들에 나는 꽤 긴 세월 동안 이집을 좋아해주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을 보내고 청소 중이었다. 이 집에 살면서 새소리를 처음 들었다. 베란다에 앉아 눈을 껌벅이며 한참동안 있었다.
“새들은 언제나 울고 있었겠지?”
헛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마음을 닫고 있었으면 매일 아침 울어대는 새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그동안 나는 뭘 하면서 산건지 머리가 멍해졌다. 그 후 동네의 괜찮은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정자에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손에 쥐어준 홍삼캔디가 이렇게 따뜻할 줄은 몰랐다. 이웃이 문고리에 걸어 놓고 간 아이들 간식. 아래층 할아버지의 인내심. 지나가는 아이들의 인사. 능청스러운 길고양이까지 이리도 고맙게 느낀 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사는 곳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