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한평”은 아파트 공간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내고 스스로 치유, 성장하기 위한 작업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친구 녀석들과 달리 도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싫음은 더 확실해졌다. 넓은 마당이 너무도 그리웠다. 농사짓는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뻐했던 나였다. 그러니 틈만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집 문턱이 닳게 오갔다. 그렇게 나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육아를 핑계로 쉬었던 작업을 다시 하려던 때 어릴 적 나와 나의 아이들까지 먹여 살리는 이 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밭 한 뙈기, 논 한가운데, 마당의 샘물가, 풀이 무성한 길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은 아파트 공간에서 느끼는 무거운 감정을 털어낼 수 있게 했다.
작은 화분 하나로부터 시작한 우리집의 녹색공간. 바닥에 모두 모아 놓아도 한 평이 되지 않는다. 아쉬운 나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하지만 공중에 떠있는 한정된 이 공간과 늘 타협할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땅의 한평한평은 나와 아이들이 자라며 자유를 꿈꾸고 추억을 쌓는, 삶의 어두운 면을 치유하는 무한의 공간이 되었다.
손으로 만져지는 한 평뿐만이 아니라 삶에서 오는 한 뼘의 느낌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기를. 작업이 계속 이어지기를. 어쩌면 미래의 그곳으로 돌아가 있는 나를 그리는 것이 한평한평 작업일 수도 있겠다.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일(시골로 돌아감)을 작업으로 풀어내기까지 한다면 현재의 공간도 소중한 한평한평이다. 지금의 작업을 하기까지 아이디어와 자리를 내준 아파트에 고마워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