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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달그 Dec 27. 2021

이상하게 올드팝이 땡겨


평소처럼 올드팝을 틀어 놓고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나 전생에 외국사람 이었나봐. 올드팝이 왜 이렇게 듣기가 좋은 거지?”

“그래...”

남편의 무덤덤한 대답에 상관없이 흥얼흥얼. 클라이막스는 자신 있게 잘 모르는 가사는 얼버무려 불러본다.

가수가 누군지 가사는 어떤 내용인지 알리 만무한 철부지 국민학생 때도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중핵생 때도 용돈을 모아 음반 가게에 가면 가요보다는 팝송 테이프에 손이 더 갔다. 어렵게 얻은 짝퉁 마이마이로 음악을 들으며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는 환상이었다. 

지금도 이런 식으로 종종 공상에 빠진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되도록 하늘이 탁 트인 곳을 걷는다. 깨끗한 하늘도 좋지만 구름이 있다면 상상하기 더 좋아진다. 

밖을 나갈 수 없을 만큼 추운 계절에는 따끈한 차를 들고 식물들이 있는 베란다 창가에 붙어있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아파트에 가려진 하늘 조각을 보고 추위에도 꿋꿋하게 피워낸 꽃을 볼 수 있으니까. 

마치 배터리를 충전 하듯 매일매일 이런 짓을 거르지 않아야 나답게 사는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영어가 잘 안되는 나에게 팝송 가사가 얼마나 와 닿겠냐만 그냥 좋으면 됐다.   

어쩌면 이처럼 마음에 와 닿는 것들로 스스로를 쓰다듬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나를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뭐 하나 야무진 구석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한 가지 열정적인 면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고 싶은 것들을 실컷 사랑해 보려고 노력한 것이다. 

오늘 밤은 Gilbert O'Sullivan의 “Alone Again Naturally” 노래가 무척 좋다. 새로운 그림노트의 첫 장을 채운 월명공원 꽈배기 나무와 연필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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