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자랑스럽지?
인생 색감보정 프로젝트 #4 인정받고 싶은
어릴 때부터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있다.
“엄마 나 자랑스럽지?”라는 말이다.
엄마가 먼저 자랑스럽다고 하기도 전에 내가 선수 치는 거다. 엄마가 마지못해(?) 큰 딸 엄청 자랑스럽다고 해주면 기분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정말 작은 것에도 칭찬받는다. 그냥 걷기만 해도, 책상에 앉아만 있어도, 우유를 잘 먹어도, 잠만 일찍 자도 칭찬을 듣는다.
어른이 되면서 내 인정욕구는 점점 더 커졌다. 해야 할 숙제를 정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저 잘하고 있는 건가요?" 묻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정 기준치도 같이 훌쩍 뛰어버렸다. 이젠 아무도 내가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거 자체에는 칭찬해주지 않는다. 더 많은 걸 해내야 할 것 같았다. 왜 늘 인정받고 싶을까? 어릴 때 난 왜 자랑스럽다는 말을 그렇게 듣고 싶었을까? 진짜 내가 원해서 한 일은 뭘까?
머리는 훌쩍 컸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어린아이처럼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늘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인정 욕구가 강한 나를 볼 때 마치 어릴 때로 시간이 되돌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칭찬 스티커를 받고 싶어서 숙제를 하는 아이처럼 아직도 나는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일을 열심히 하고, 내 일들을 좋게 포장해서 SNS에 올린다. 오직 나만을 위한, 나만 아는 노력들은 왠지 억울했다. 아무도 내 노력을 보지 못하고 눈에 띄지 않으니까. ‘엄마 나 자랑스럽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만 않을 뿐 그 말은 여전히 내 맘 속 동굴에서 울렸다.
내 맘을 찬찬히 되돌아봤을 때, 나에 대한 사랑과 인정이 부족해서 자꾸 남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것 같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한다면 스스로의 내적 동기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테니.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 문구들은 구어와 달리 정리되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섬세하게 나를 칭찬해 준다. 나를 두고만 하는 제한적인 얘기가 아니라 더 좋다. 내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문구들로 위로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을 보면 주인공의 선행으로 또는 작은 실천으로 이야기가 정리되며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책이 끝난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지만 정직하게 나의 꿈과 사랑, 행복에 그저 집중하면 그게 ‘행복한 삶’이구나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동화처럼 위기도 있고 갈등의 절정 단계도 있지만 그 속에서 나 자신의 본질적인 것에 집중한다면 남이 인정하고 칭찬해주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름다운 결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