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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토에스더 Aug 14. 2024

피부가 안 좋은 사람

우린 충분히 예쁘다

 _내 인생 색감보정 프로젝트 #3 피부가 안 좋은



피부가 안 좋은 나는 매번 거울을 볼 때 우울했다.

사람들은 뾰루지 하나만 나도 세상 그것만 신경 쓰던데… 나는 그 걱정조차도 부럽다.


뾰루지 하나는 무슨 사춘기 때부터 줄곧 트러블 피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피부가 깨끗한 사람을 단정한 이미지로 보기에, 내 피부가 늘 부끄러웠고 숨기고 싶었다. 내게 가장 큰 아픔이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였다.


어느 날은 이런 적이 있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이었을 때 마스크를 쓰고 친구와 카페에서 대화 중이었다. 친구가 카페만 간다고 해서 화장을 안 하고 갔었는데 친구가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는 것이다. 밥을 먹으려면 마스크를 벗고 오랫동안 친구가 내 얼굴을 봐야 할 텐데 하필 그때 내 피부는 정말 엉망이었다. 나는 그래서 급하게 친구에게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올리브영에서 작은 컨실러를 하나 사서 화장실에서 트러블들을 서둘러 가렸다. 정말 친한 친구였는데도 그랬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의 내가 많이 안쓰럽다. 20대 초반 한창 꾸미고 예뻐 보이고 싶을 때 피부가 안 좋다는 건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에게 상처였다. 단순히 피부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에도 하루 종일 그 말이 신경 쓰였다. '진짜 내 피부가 별로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피부가 안 좋은 사람의 아픔과 힘듦을 누구보다 공감한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피부가 안 좋기에.


아직 나는 피부 안 좋은 나까지 완전히 품을 여유는 없는 것 같다. 피부가 안 좋을 땐 거울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고 나아졌다가도 다시 반복되는 피부 문제에 허무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왕 내 인생 색감 보정하기로 마음먹은 거 내게 어쩌면 가장 큰 아픔이었던 피부 문제를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다짐했다. 과거의 나처럼 아파하고 애써 가리지 않기로.


이렇게 생각해 봤다. 내가 60년 뒤 할머니가 되었을 때, 피부 고민으로 우울해하고 있는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엄청 안쓰럽기도, 또 위로해주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근데 60년 뒤 나는 지금의 내 탱탱한 피부를 부러워할 것 같기도 하다 ㅎㅎ 거울 들여볼 시간에 밖에 나가서 청춘을 즐기라고, 맘껏 웃으라고 말해줄 것 같다. 시간 아깝다며 엉덩이를 문밖으로 찰지도 모른다.


외모라는 게 단점을 찾자면 파도파도 끝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장점도 파도파도 끝도 없다.

우린 충분히 예쁘다.


런던 거리에서 @photo._. esther


런던 여행을 하며 정신이 없었던 친구들과 나는 매번 숙소에서 못 볼 꼴 (?)로 다녔다.

화장도 안 하고, 꼬질꼬질한 잠옷차림으로 말이다.


호스트분을 마주칠 때마다 너무 쌩얼이라 민망해서 얼굴을 약간 가리며 대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인사를 하는데 호스트분이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미소가 너무 맘에 든다고 '

웃는 얼굴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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