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보지 말라 네 눈을 멀게 하마
세차게 몰아붙여 고개를 꺾어주마
나 홀로 휘황찬란 빛나 너희 무릎 꿇리리
― F23. 태양왕
푸르스름 빛나길래 그 끝을 눈 쫓으면
반대편서 쓸데없다 내쪽으로 쳐내버린
빛덩이 나한테 눈 흘기나 손을 들어 겨우 피해
― B28. 무지개 반사
불소의 싸늘함이 입안을 채우길래
황급히 시계 보니 어느새 십분 됐어
냉수가 얼음물 되어 나태함을 벌주네
― A25. 오늘 아침의 교훈
달려가는 쥐 한 마리 어찌나 귀여운지
다음날 마주친 건 피를 물고 자는 쥐
비둘기 으스러진 채 쥐와 함께 늦잠 자
― C28. 나도 늦잠 자고 싶다
굳이 힘 빼지 마 얼마나 간단한데
옥상까지 올라가기 너무 귀찮잖아?
이리 와, 나랑 같이 눕자. 편안하게, 영원히.
― D26. 굳이 올라갈 필요 있어?
졸리지 않더라도 눈꺼풀 감고 싶어
몽상에 아른거려 잠 못 이룬 저녁이네
샛별이 반겨주더라도 무엇 하나 안 기뻐라
― B27. 보고 싶어
바닷가 떠밀려온 허연 덩어리가
보랏빛 촉수 펼쳐 모래를 움켜쥐고
그 자태 눈 위에 드리워져 유리 같이 날 비춰
― D24. 표류한 것